양치기 소년된 日외환당국…당국자 개입경고에 환율 ‘마이웨이’

양치기 소년된 日외환당국…당국자 개입경고에 환율 ‘마이웨이’

입력 2016-08-04 10:58
수정 2016-08-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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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경고 반복에 지쳐…미 직접개입 용인 안할 것이라는 계산도

일본 당국이 말뿐인 외환시장 개입경고를 일삼으면서 시장에서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3일에는 일본 재무성의 외환시장 실무책임자가 나서서 투기적 환율 움직임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언급했지만, 시장 투자자들이 이를 무시하면서 엔화 강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도 않았다고 WSJ은 꼬집었다.

이날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성 재무관은 기자들과 만나 “환율 움직임이 상당히 편향되고 투기적”이라며 “투기꾼들이 이끄는 움직임이 심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면밀하게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정책 등 국제분야를 도맡고 있는 실무책임자인 아사카와 재무관이 나서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엔고 현상이 계속됐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전날 한때 100.68엔까지 떨어졌으며 4일 오전 9시 45분 현재도 전날과 비슷한 달러당 101.32엔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지난달 27일까지만 하더라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6엔을 가뿐히 넘겼지만, 일주일 만에 5엔 가까이 추락한 셈이다.

엔화 환율이 내리면 엔화 가치는 상승한다.

외환시장 투자자들이 일본 당국의 개입 경고를 무시하게 된 것은 이미 최근 수개월 동안 일본 고위급 인사들이 구두 경고만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아사카와 재무관만 하더라도 지난달 8일 외환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으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등이 번갈아 가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엔고 흐름 속에서 보이는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을 주의 깊게 보면서 필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입 경고를 무시하게 된 데에는 미국 재무부가 일본의 외환시장 직접개입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일본을 환율조작 여부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제이컵 루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아소 재무상을 만나 “자국의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도하는 절하 경쟁은 피해야 한다는 주요 20개국(G20)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직접 압박하기도 했다.

쿤 고 ANZ은행 아시아리서치센터장은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카드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일본 당국이) 이를 꺼내기는 좀 힘들 것”이라며 “(아사카와 재무관의 발언은) 단지 일시적인 영향만 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엔화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마다 슈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외환 전략가는 “가끔은 정책 담국자도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며 연말에 엔화 환율이 달러당 9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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