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국가 아닌 마음 머무는 곳…소녀 사랑하는 소녀도 노르웨이인”

EPA 연합
노르웨이 왕실 가족들이 수도 오슬로 왕실공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 분홍색 넥타이를 맨 사람이 하랄 국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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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인들은 노르웨이 북부, 중부, 남부에서 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폴란드, 소말리아, 시리아에서 온 사람들도 모두 어딘가에서 온 같은 노르웨이인일 뿐입니다.”
난민과 동성애를 포용하자는 하랄 노르웨이 국왕의 연설이 국민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79세인 하랄 국왕은 지난주 수도 오슬로의 왕실공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참석자 1천500명을 향해 난민을 지원하고,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고, 성 소수자를 포용해야 한다며 5분간 격정적 연설을 했다.
국왕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반난민 정서를 의식한 듯 노르웨이인들은 신뢰와 관용, 연대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는 망명한 난민들을 러시아로 추방하고, 국경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철조망을 세우려고 하는 등 난민 문제에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그는 집이라는 개념을 국가 국경에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또 국적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는 항상 쉽지는 않다. 대신 우리의 마음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라며 노르웨이가 난민들에게 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왕은 “소녀를 사랑하는 소녀, 소년을 사랑하는 소년, 서로 사랑하는 소년과 소녀가 모두 노르웨이 사람”이라며 성 소수자를 직접 옹호하기도 했다.
또 “하느님을 믿는 사람, 알라를 믿는 사람, 우주를 믿는 사람, 종교가 없는 사람도 똑같은 노르웨이인”이라며 다양한 종교를 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르웨이는 당신이며 우리”라며 노르웨이인들의 화합도 강조했다.
국왕은 “노르웨이를 향한 가장 큰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서로를 돌봐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우리는 나라를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고, 또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라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왕이 난민과 같은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노르웨이 국민은 기뻐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렇게 위대한 국왕과 왕실을 둔 노르웨이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국왕의 연설은 노르웨이의 가치를 실제로 보여줬다”, “연설은 우리가 국왕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 왕실은 국왕 연설의 공식 영어 해석본을 요청하는 문의가 빗발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페이스북에서는 8만 명이 국왕 연설에 ‘좋아요’를 눌렀고, 3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페이지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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