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고 있다 3분간 이어진 진동에 뛰쳐 나와” 5년 만의 강진에 100만명 대피령 ‘공포의 칠레’

“TV 보고 있다 3분간 이어진 진동에 뛰쳐 나와” 5년 만의 강진에 100만명 대피령 ‘공포의 칠레’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5-09-17 23:56
수정 2015-09-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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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8.3 지진에 혼돈

16일(현지시간) 규모 8.3의 강진이 5년 만에 칠레를 또 덮쳤다. 지진 발생 후 6.0 이상의 강한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지고, 칠레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까지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는 등 이번 지진의 규모는 칠레 역사상 여섯 번째로 큰 것으로 기록됐다. 100만명이 긴급 대피했으나 다행히 사망자 등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칠레 당국은 17일 새벽 전국에 내려졌던 쓰나미 경보를 모두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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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가옥들
무너진 가옥들 칠레에 8.3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이튿날인 17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콘콘에서 구호팀이 피해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콘콘을 비롯한 연안 지역에는 지진에 뒤이은 쓰나미로 물바다가 되고 가옥 수십 채가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콘콘 AFP 연합뉴스
●칠레, 11시간 만에 쓰나미 경보 해제

독립기념일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지진이 발생하자 진앙으로부터 228㎞ 떨어져 있는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공포 속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길에서 밤을 새웠다. 평온한 저녁 TV를 보고 있다가 3분간 이어진 강한 진동에 놀라 집 밖을 뛰쳐나왔다는 산티아고 시민 마뉴엘 모야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의 종말이 찾아와 모두가 죽는구나 생각할 정도였다”며 당시 두려운 상황을 전했다.

칠레 내무부는 이번 지진으로 17일 새벽 현재 최소 8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숫자는 이날 오전 긴급 구호팀이 지진 피해 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대지진 때 늑장대응으로 질타를 받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두 곳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TV에 나와 지진 현황을 전하고 피해 지역에 군인을 급파해 민간인을 돕고 약탈을 방지할 것을 지시했다.

지진만큼 쓰나미에 대한 공포도 컸다. 지진 발생 직후 칠레 정부는 3900㎞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리고 해안 저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으나 지진 발생 11시간 만에 모두 해제했다. 앞서 최초 쓰나미는 지진이 일어난 지 25분 뒤 진앙에서 북쪽으로 약 130㎞ 떨어진 칠레의 톤고이에서 발생했고 이어 또 다른 쓰나미가 인근 코킴보를 덮쳤다. 쓰나미의 높이는 각각 2m, 4.5m로 관측됐다. 코킴보의 크리스티안 가예기요스 시장은 CNN에 “도시가 침수되고 95%의 가구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남아메리카대륙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충격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진앙에서 1300여㎞ 떨어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뿐 아니라 멘도사와 로사리오에서도 집단 대피령이 발령됐다. 페루와 브라질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칠레 외의 다른 남미 지역에서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의 고리’ 日·인도네시아도 불안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를 예의 주시했다. 칠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등은 쓰나미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했다. 페루와 오세아니아 지역 국가들은 자국 해안에 쓰나미가 덮칠 것으로 보고 주민들에게 해안 저지대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뉴질랜드, 하와이, 일본, 러시아 등 다른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는 0.3~1m 크기의 비교적 세력이 약한 쓰나미가 덮칠 것으로 예상했다.

칠레는 환태평양지진대인 이른바 ‘불의 고리’에 속해 있어 강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1960년에는 지진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인 9.5의 강진이 중부 지역을 강타해 5000명 이상이 숨졌다. 2010년 2월에는 규모 8.8의 지진이 중남부에서 발생해 500여명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북부 이키케 인근에서 규모 8.2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앞서 칠레와 마찬가지로 불의 고리에 속한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화산 분출과 지진이 잇따르면서 환태평양조산대의 지각 활동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일본 규슈의 아소산에서 분화가 발생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15일과 16일 이틀간 동부 말루쿠제도 인근 해저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하고 북수마트라주의 시나붕 화산이 분출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5-09-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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