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생가 찾아 헌화하며 애도 톈안먼 희생자 복권 기대감 커져
조상을 기리는 청명절(淸明節)을 맞아 톈안먼 사태로 실각한 개혁파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그의 옛집에서 열렸다. 6·4 톈안먼 사태 25주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역사와의 화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AFP 연합뉴스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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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베이징 시내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후퉁(富强胡同) 6호 골목에 있는 자오쯔양의 생가에서 추모객 수십 명이 모인 가운데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타이완 핑궈(?果)일보가 6일 보도했다. 추모객들은 자오쯔양의 서재에 있는 그의 사진을 향해 절을 하고 꽃을 바치거나 향을 피웠으며 방명록에 그를 기리는 글을 남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딸 왕옌난(王雁南)은 기자들에게 “톈안먼 사태 희생자에 대한 복권이 이뤄져야 우리 아버지(자오쯔양)도 복권될 수 있다”며 복권을 촉구했다. 자오쯔양은 1989년 톈안먼 광장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을 반대하는 등 온정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실각해 가택연금을 당하다가 2005년 사망했다.
자오쯔양의 집 주변에는 사복 경찰이 배치됐으나 추모객들의 발길을 막지는 않았다. 앞서 시 주석이 취임한 지난해부터 연속 2년간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가 방해 없이 열린 것은 물론 지난해 말 1987년 민주화 시위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출판도 허용돼 이들에 대한 복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최근 벨기에 방문 당시 연설에서 “타국의 정치제도를 답습하지 않겠다”며 중국의 정치개혁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어 실제 복권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개혁 성향 잡지인 염황춘추(炎黃春秋)가 민주화 인사 200여명이 지난 2월 만나 민주와 헌정을 요구한 것을 4월 최신호에 정리해 게재했다고 해외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04-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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