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미래에 긍정적…행정장관, 사태 책임지고 사퇴해야””영화 ‘변호인’ 보고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 알게 됐다”
”애드미럴티(金鐘), 몽콕(旺角),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 이 3곳은 폭력에 굴하지 않고 무한 부활할 것입니다.”작고 마른 체구의 18세 소년이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지역의 ‘우산광장’에 임시로 마련된 단상에서 이같이 외치자 곳곳에서 “무한 부활(無限復活)”, “센트럴 점령(점<人+占>領中環)”과 같은 구호 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고등학생 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이끄는 조슈아 웡 치-펑(黃之鋒)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22일째로 접어든 19일에도 10대에서 70대 노인까지 시민 수천 명으로 구성된 시위대를 이끌고 있었다.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아내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시위의 주무대인 애드미럴티 하르코트 로드는 시위대 사이에서 우산광장으로 불린다.
조슈아 웡은 연설 후 정부청사 시민광장 부근으로 이동해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정부와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대학학생회 연합체)가 대화를 하더라도 점거지역 3곳에서 시위를 계속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일 대학생 100여 명과 함께 3m 높이의 철문을 뚫고 시민광장을 점거했다가 체포되면서 도심점거 시위를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지만, 정작 정부의 대화 초청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정부가 ‘전인대가 의결한 선거안을 기반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단 것에 대해 그는 “전제조건을 철폐하라는 요구를 계속하겠다”며 “정부는 왜 행정장관 선거에서 후보를 추천할 권리를 홍콩 시민에게 주지 못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슈아 웡은 다시 경찰에 체포될 것을 걱정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체포될 것으로 본다. 시민 불복종 운동을 조직화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체포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도 경찰의 최루탄 사용과 무력 충돌로 수십 명의 시민이 다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최대한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이 시위대를 제압할 수 없다고 생각한 렁 장관이 폭력조직인 삼합회(三合會)를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지만 무력충돌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시위대와 의견이 다른 시민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평화적으로 시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연설에서도 “전날 일부 주민이 항의했지만 말다툼을 벌이지 않았고 결국 서로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나서 함께 웃을 수 있도록 시위 반대자들에게 욕하거나 반격하지 말고 최대한 선의를 베풀어 달라”고 시위대에 당부했다.
그는 친중(親中) 성향 입법회(국회격) 의원들이 시위대와 미국 간 연루설, 시위 자금 배후 등을 조사하기로 한데 대해 “(미국 등과) 전혀 연관되지 않았으며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도 아니다. 의원들의 조사가 시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10대 25인’에 뽑힌 그는 “시간이 없어 기사를 잘 보지 못한다”며 “개인적인 사안은 시민 불복종 운동이 끝난 뒤에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조슈아 웡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아느냐는 말에 “영화 ‘변호인’을 보고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알게 됐지만 홍콩은 피를 흘리지 않고 민주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홍콩도 한국처럼 30년 이상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으므로 미래에 정치개혁과 보통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그의 옆에서는 학민사조 소속 중·고등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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