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저우융캉 재판 무기징역으로 종결… ‘최고지도부 치부’ 공개 꺼린 듯 예측과 달리 ‘극형’ 면해…”원로 압력 작용했나” 관측 분분
신중국 사상 최악의 정치 추문으로 꼽히며 중국 정계를 뒤흔들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사건’이 종국에는 ‘막후’에서 조용히 종결됨에 따라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특히 저우융캉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새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반(反)부패 운동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였다는 점을 보면, 재판 형식, 선고 형량, 공개된 재판내용 등은 모두 ‘의외성’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 당지도부가 저우융캉에 대한 당내 처벌 절차를 완료하고 검찰로 이송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많은 전문가는 저우융캉이 전직 최고지도부 일원이자 최강의 권력자였던 만큼 추후 장기간의 검찰조사와 치열한 공판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1심 재판 결과는 빨라도 올해 말에나 나올 것으로 점쳐졌다.
저우융캉 본인이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했기 때문에 쟁점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지만, 기존에 진행됐던 부패 고위관료들에 대한 재판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 전체를 완전히 비공개로 진행한 부분도 의문을 낳고 있다.
저우융캉 재판을 진행한 톈진(天津)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이날 저우융캉의 일부 범죄 내용이 국가기밀과 관련돼 있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법개혁’을 국정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제시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등을 강조해온 시진핑 체제가 재판이 시작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진핑 체제는 보시라이(薄熙來·무기징역 확정) 전 충칭(重慶) 시 당서기 겸 정치국원의 1∼2심 재판을 모두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을 통해 공개하고 앞으로도 중요사건은 공판 내용을 최대한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기밀유출, 간통, 매춘 등 중대 범죄 혐의가 줄줄이 적용된 저우융캉이 결국 사형을 면하게 된 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저우융캉 일가가 끌어모은 부정 재산은 최소 900억 위안(약 16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공직자의 뇌물수수 행위를 무겁게 처벌하며 국가기밀 유출 행위에는 극형 선고가 가능하다.
비록 12월에 공개된 혐의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저우융캉은 쿠데타 기도, 살인사건 연루 혐의 등도 받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중국의 정치분석가들도 국가기밀 유출 혐의를 지적하며 사형, 사형 집행유예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법원이 이날 공개한 저우융캉 일가의 뇌물수수액은 기껏해야 232억원에 불과했다.
국가기밀 유출 혐의에도 “기밀문건을 봐서는 안 되는 측근에게 기밀 문건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뭉뚱그렸다.
재판에서는 저우융캉이 지난 10여 년간 ‘쓰촨방’, ‘석유방’, ‘정법방’ 등 국가기관 곳곳에 구축한 막강한 사조직을 통해 강력한 ‘저우융캉 왕국’을 건설한 부분은 거의 거론조차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취임 이후 반부패 개혁을 부르짖으며 수년 간 ‘쓰촨방’, ‘석유방’, ‘정법방’ 수뇌부를 잡아들이며 그의 왕국을 지탱해온 버팀목을 하나하나 제거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시 주석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런 부분들은 덮고 가기로 결정한 것은 일단 최고지도부 일원의 치부가 외부에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것이 당의 권위와 신뢰성 유지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원로들의 반발과 견제에 결국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않다.
그동안 중화권 매체에서는 저우융캉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등이 저우융캉에 대한 엄벌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들은 저우융캉과의 오래 인연으로 직간접적으로 부패 고리에 한발 담그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오기도 했다.
어쨌든 시진핑 체제 들어 터진 최악의 정치 스캔들은 이렇게 종결됐지만, 이와 동시에 이 사건을 놓고 제기된 정권 전복 기도설, 16조원 부정재산 축적설, 전직 최고 지도자들의 부패 연루설 등 수많은 의문도 수면 아래로 사라지게 됐다.
저우융캉은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보시라이,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과 함께 ‘신 4인방’의 우두머리로 꼽혀왔고, 일각에서는 이들이 힘을 합쳐 시진핑 체제 출범 직전 당정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설이 제기돼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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