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 스위스 계좌정보 공유… 2018년 적용
철옹성 같던 스위스의 ‘은행 비밀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수세기에 걸쳐 유지해온 고객에 대한 철저한 비밀 유지 전통이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변국들의 금융거래 투명성 제고 요구에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EU 집행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스위스와 은행 계좌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비밀주의 철폐 합의에 따라 앞으로 EU 시민들은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재산을 은닉할 수 없게 된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조세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합의서에 서명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조치로 조세회피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유럽에서 조세의 투명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2018년부터 스위스와 EU 국가는 은행계좌 소유주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그리고 조세 인식번호 등을 자동으로 교환하게 된다.
앞서 EU는 탈세 방지를 위해 은행 비밀주의를 철폐하고 은행계좌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제도를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EU 주요 5개국은 2013년 은행계좌 정보를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고, 지난해에는 28개 EU 회원국 간 은행계좌정보 공유로 확산됐다.
미국도 2009년 2월 스위스연방은행(UBS)을 상대로 비밀계좌를 유지하는 미국인 고객 5만 2000여명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같은 해 4월 스위스를 조세피난처 혐의가 있는 ‘회색국가군’에 포함시키는 등 압력을 가중시켜 왔다.
결국 스위스 정부는 2009년 미국 측에 미국인 고객 관련 정보 일부를 제공했고, OECD의 세금관련 국제 기준도 수용했다.
EU는 이날 비회원국인 스위스와 계좌정보 공유를 끌어낸 데 이어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안도라, 산마리노 등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다른 조세회피 국가들과도 은행계좌정보 교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5-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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