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리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입력 2013-01-11 00:00
수정 201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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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헤매는 숨소리 관객은 숨쉴 수 없었다

초반에는 조금 불안했다. 합창에서 음향 울림 현상이 났고, 지킬 박사의 모습은 다소 유약해 보였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뮤지컬 음악 중 하나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 들려올 때야 비로소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지킬이 선악을 구분하는 실험 약물을 자신의 팔에 주입한 후 비열하고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면서부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강한 신념을 가진 선량한 남자가 연쇄살인범으로 돌변하고, 거친 중저음과 풍부한 성량으로 절규와 분노를 폭발시키는, 그 잔악하고 처절한 모습이 오히려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 ‘지킬 앤 하이드’만이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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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투어를 한 ‘지킬 앤 하이드’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최고의 극장에서 만나는 위대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오페라극장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첫 공연이었던 탓인지 조명이나 음향 면에서 극장의 장점이 부각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관객을 일으켜 세운 건 역시 ‘지킬 앤 하이드’가 가진 막강한 힘이다.

그 중심에는 남성 뮤지컬 배우라면 꿈에 그리는 배역 지킬(하이드)이 있다. 인간의 양면성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힘든 역할이지만 해내고 난 뒤에는 더없는 찬사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 윤영석과 양준모가 지킬(하이드)로 나섰다. 두 배우 모두 첫 도전이지만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할로 유명한 배우들이라 연기와 노래에 관한 한 빠지지 않는다.

첫날 공연을 장식한 양준모는 지킬로서는 연약했지만, 자신에게서 하이드를 끌어낸 뒤에는 낮고 거친 목소리와 몰아쉬는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달하면서 소름 돋게 만들었다. 특히 선(지킬)과 악(하이드)이 충돌하는 2막 ‘대결’에서는 두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숨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주위의 비난과 고난을 극복하고 세상과 맞서는 신념, 내면에 숨은 악마성에게 ‘자유’를 내주고 만 불행, 인간의 이중성으로 인한 고통, 돈 많은 위선자들의 허세와 가식, 엠마와 루시가 지킬(하이드)과 이루는 로맨스까지 인생사가 뒤섞인 이야기는 괴기스러우면서 아름답고, 매력적이면서 슬프다.

엠마(이지혜)가 미성으로 장식한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루시(선민)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강렬하게 불러내는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과 ‘새 인생’(A New Life) 등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으로 작품은 완벽해진다. 2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만~13만원. 1588-5212.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1-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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