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입력 2013-05-31 00:00
수정 201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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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거장 마기 마랭 ‘총성’

독일의 피나 바우슈와 함께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기 마랭(62)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녀가 이끄는 마기 마랭 무용단의 작품 ‘총성’과 함께다.

마기 마랭은 춤에 연극을 결합한 작품들로 유럽 현대무용 사조의 하나인 ‘누벨 당스’(새로운 춤)를 대표한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춘 무용수의 춤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을 뒤집고, 발레에 기반을 두되 몸짓과 대사, 소리 등 모든 요소들을 총동원한 ‘무용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풀어나간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독일의 ‘탄츠테아터’(무용극)와 비교되며 평론가들로부터 “독일의 탄츠테아터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연극뿐 아니라 문학과 영화 등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표작 ‘메이 비’(May B)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바탕으로 뚱뚱한 옷을 입고 온몸에 진흙을 바른 기괴한 무용수로 현대인의 절망과 부조리한 인간상을 표현했다.

‘총성’(Salves)은 2010년 프랑스 리옹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소재로 했다. 무대 밖에서 끊임없이 총성이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칠흑 같은 무대 위에서 무용수 7명이 바삐 움직인다. 피란민들이 모인 지하 벙커 같기도 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의 가정집 같기도 한 곳에서 이들은 식탁을 차리거나 탈출을 시도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초연 직후 프랑스 르몽드지는 “무용수들은 섬광처럼 나타나 악몽 같은 파괴의 충격을 빈틈없이 전달한다. 매우 정치적인 작품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병든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마기 마랭은 199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울연극제에서 ‘바르떼조이’를,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를 선보인 바 있다. 6월 5~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1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5-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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