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카뮈 ‘이방인’ 번역은 오역투성이”

“기존의 카뮈 ‘이방인’ 번역은 오역투성이”

입력 2014-03-28 00:00
수정 2014-03-2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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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번역자, ‘카뮈 권위자’ 김화영 ‘이방인’ 번역 정면 비판

알베르 카뮈(1913~1960)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방인’은 전 세계 101개 국가에서 번역돼 수천만 부가 팔린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 중 하나다.

그러나 국내 독자들에게 ‘이방인’ 만큼 난해한 소설도 드물다. 태양빛이 너무 찬란해 총을 쐈다는 주인공 뫼르소의 살해 동기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최근 카뮈의 ‘이방인’ 새 번역본을 내놓은 이정서(필명) 씨는 이에 대해 딱 잘라 말한다. 번역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

뫼르소는 강렬한 태양 때문이 아니라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이 위협적이어서 정당방위로 첫 발을 쏜 것이라고 이씨는 주장한다.

”뫼르소가 총을 쏜 가장 큰 이유는 ‘눈을 찌르는’ 칼날 때문인 것이다. 그 번쩍이는 칼을 든 사람은 앞에서 친구(레몽)을 잔인하게 찔렀던 바로 그 위험한 사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 바로 정당방위인 것이다.”(208쪽)

나머지 총알 네 발은 “위장된 도덕, 종교, 권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무의식적인 발사”(209쪽)라고 말한다.

이씨는 급진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고. 그가 언급한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바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이방인’을 가리킨다.

카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국내 최고의 카뮈 전문가이자 2009년에는 23년 만에 알베르 카뮈 전집을 완간해 카뮈 번역가로서도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씨는 이러한 김 교수의 권위에 짓눌려 지금까지 독자들이 번역이 잘못됐을 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탓만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작품의 권위와 번역자의 권위에 이중으로 짓눌려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책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역자노트’에 할애해 자신의 ‘이방인’ 번역과 김 교수의 번역, 그리고 원문을 동시에 올린 다음 셋을 비교해가며 김 교수 번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제 경험해 보면 아시겠지만 원래 카뮈의 ‘이방인’은 서너 시간이면 다 읽고 감탄할 소설이었던 것이다. 어느 한 문장 이해되지 않는 곳도 없는, 완벽한 소설.”(’역자의 말’ 중에서)

이씨의 주장대로 김 교수의 기존 번역에 문제가 많았는지는 전문가와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이씨는 최근 김윤식 서울대 교수의 표절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를 펴내기도 했다.

새움. 344쪽. 1만3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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