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개념 확대·5년마다 양성평등 실태조사 추진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다음달부터 여성 차별 해소에서 양성 평등 추구로 바뀐다.여성가족부는 이런 목적의 ‘양성평등기본법’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1995년 제정돼 ‘여성 정책의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은 ‘여성발전기본법’이 20년만에 ‘양성평등기본법’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가부는 “이번 법 개정은 여성에 대한 형식적 차별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판단 하에 정부가 앞으로 정치, 경제, 사회를 포함한 전 영역에서 남녀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차별 문제에 중점을 둔 ‘여성발전기본법’과 달리 ‘양성평등기본법’은 남성도 성별 분리나 성별 고정관념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포용한다.
이에 따라 양성평등기본법은 우선 제3조에 ‘양성평등’의 개념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명시한다.
이 법은 또한 성희롱의 개념을 확대해 상대방이 성적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반대로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성희롱 범주에 포함시켰다. 성적 요구 등에 따르는 조건으로 학점을 잘 주거나 불응 시 점수를 낮게 주는 행위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밖에 여가부 장관이 5년마다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5년마다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여가부 장관은 중앙행정기관장과 시·도지사가 제출한 연도별 시행계획의 추진 실적을 평가할 권한도 쥔다.
법 시행에 맞춰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기구의 명칭은 ‘여성정책조정회의’에서 ‘양성평등위원회’로 바뀐다. 아울러 민간위원을 10명까지 위촉해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한다.
모든 중앙행정기관은 여성정책책임관 대신 양성평등정책책임관(기획조정실장급)을 지정해야 한다. 또 중앙행정기관과 시·도까지 양성평등정책 전담전문인력(5급)을 지정할 의무가 있다.
양성평등이라는 정책 목표 변화에 맞춰 ‘모성보호’에 집중됐던 시책은 ‘부성보호’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확대된다.
여가부는 이를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 등을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5년마다 양성평등 실태를 조사하고, 매년 분야별 성평등 정도를 계량화한 ‘국가 및 지역성평등지수’도 조사해 공표한다.
이 밖에 법 개정에 맞춰 매년 7월 1~7일로 지정된 ‘여성주간’은 ‘양성평등주간’으로 이름이 바뀐다.
여가부는 “과거 여성발전기본법이 낙후된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여성 능력 개발을 통한 여성 발전에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했다면 양성평등기본법은 기존 여성정책과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해 양성 평등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소개했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또 “정부 내 양성평등정책을 조정하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 양성평등정책 실행을 촉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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