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음원 사재기 의혹… “1위하면 의심, 이참에 뿌리뽑자”

재점화된 음원 사재기 의혹… “1위하면 의심, 이참에 뿌리뽑자”

입력 2015-09-22 15:54
수정 2015-09-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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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서 수만개 동일 패턴 아이디 “팬덤의 힘” vs “의도적인 작업” 의견 분분 브로커 정체·작업 방법·비용 등에 관한 소문 꼬리물어

음악사이트에서 사재기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될만한 수상한 아이디가 무더기로 발견됨에 따라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미 3년 전부터 연예 기획사들이 주식시장의 ‘작전주’처럼 사재기를 통해 음원 순위를 올린다는 의혹이 숱하게 제기돼 왔는데 최근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특정 가수들의 팬 회원 중 일련번호가 적힌 동일 패턴의 아이디 수만 개가 발견되자 누가 의도적으로 이 아이디를 생성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층이 두터운 가수의 국내외 팬들이 조직적으로 만들어냈는지, 기획사가 소문으로 도는 것처럼 음원 사재기 업체에 의뢰한 건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이디 개수가 방대하고 음악을 듣고 반응하는 패턴이 일정해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차트 필터링을 하고 이상 아이디를 차단하는 등의 ‘디펜스’(Defense)를 하고 있다”지만 다시 논란이 재점화된 만큼 음악서비스 사업자와 기획사,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음원 사재기 의혹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소문…”매니저도 브로커, 1주일 작업에 1억2천”

앨범이 인기의 척도이던 1990년대, 앨범 사재기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음악 시장이 열리며 음원 차트가 인기 척도가 되고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의 시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자 차트 상위권 진입을 위해 음원 사재기를 한다는 소문이 크게 퍼져 나갔다.

’음원 사재기 전문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 ‘중국에서 아이디 하나 생성에 500원으로 현지에 서버를 두고 수만 개의 유령 아이디로 청탁받은 가수의 곡을 작업한다’, ‘예전엔 스트리밍으로 조작했는데 사이트에서 걸러지고 비용 대비 효과가 없어 이젠 다운로드로 하고 있다’ 등등.

가요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전문 브로커 몇 팀이 있었지만 기획사 접근이 어렵자 지금은 몇몇 매니저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름까지 대며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획사 대표는 “일부 매니저가 기획사에게 블로그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세금 계산서를 합법적으로 끊고 하면 문제가 없다고 제안한다”며 “매니저들이 아르바이트로 그 역할을 하다 보니 활발하게 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3일 작업하는데 7천만원, 1주일은 1억2천만원, 2주일은 2억원이라는 시세가 돌고 있다”며 “예전엔 새벽에 주로 작업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음원이 표적이 되니 한층 표시 안 나게 한다더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기획사 이사도 “순위를 올리는 방식 중 하나는 개인 정보를 다량 보유한 업체와 손잡거나 떠도는 아이디를 사서 멜론에 등록하는 것으로, 찾아내기 어려워 비싸다”며 “또 다른 방식은 해킹인데 이는 사이트들이 모니터링에서 이상 데이터로 걸러 차트에 반영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사재기 유혹받는 이유는…”순위 상승이 최고의 마케팅”

설령 2억원을 들여 음원 사재기를 하더라도 음원 매출로 이를 회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가요 관계자들이 사재기의 유혹을 받는 건 멜론 실시간 차트에 목을 매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순위 상승을 통해 소속 가수가 성장했다는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하니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한 기획사 홍보실장은 “억대를 들여 손해를 보더라도 그 비용은 가수를 인기 가수 반열에 올려놓는 마케팅 비용이라고 여긴다”며 “아무리 온라인 기반의 바이럴 마케팅을 해도 음원 순위 상승만큼 효과적인 마케팅은 없다”고 말했다.

또 관계자들은 네티즌이 차트 상위권의 음악만 찾아 들으니 그 위치에 노출되면 이 결과가 반영되는 가요 프로그램 순위를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영세 기획사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선의의 경쟁이 어려워졌다는 생각에 음반제작 의지가 꺾인다고도 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음원차트 1위를 하거나 차트 역주행을 하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불신하는 세상이 됐다”며 “이참에 음원 사재기 의혹이 더는 불거지지 않도록 뿌리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수법 진화로 대책 마련 어려워…”업계·정부 공동 대응해야”

문제는 이를 근절할 대책마련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규정에 따라 현재 음악사이트 회원 가입은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가능해 예전보다 한층 쉬워졌다.

가요계는 편법을 쓰는 기획사의 자정 노력이 우선시돼야겠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생성된 아이디가 발견된 만큼 억울한 의혹을 받는 가수가 나오지 않도록 멜론도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음반제작자들은 “요즘 음원 사재기는 곡 당 600원짜리 단 건 다운로드로 작업한다는데 멜론이 수만 개의 수상한 아이디의 다운로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또다시 흐지부지될 일”이라며 “개인 정보여서 공개가 어렵다면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측은 “동일 패턴 아이디들이 불법을 안 저지른다면 발견된 것만으로는 사업자 입장에서 제재하거나 가입을 막기 어렵다”며 “그러나 이상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은 필터링과 모니터링을 거쳐 차트에 반영하지 않는 등 플랫폼으로서 조치를 다하고 있다. 차트 공정성을 위한 개선 노력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엔은 이미 기획사와의 유통 계약서에 ‘음원 사재기(어뷰징)로 판단될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이에 해당할 경우 정산에서 제외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조항을 넣어 사재기를 하지 말라는 걸 명문화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음원 사재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22일 오전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는 관련 대책 회의를 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최광호 사무국장은 “예를 들어 동일 패턴 아이디가 만약 그러한 의도라면 작업자가 이후 랜덤하게 아이디를 만들 경우 기술적으로 잡아내기 어렵지 않나”라며 “이상 수법이 발견돼 방어하면 또 다른 수법이 등장해 완벽하게 막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어 “10월 1일부터 아이디 하나당 1일 데이터 횟수를 집계에서 제한하는 등 여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차트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일개 업체의 문제라기보다 업계와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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