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소통하는 로봇들…아트센터 나비 50여점 공개
“나,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로봇이 답했다. “고생했어”“뭐했어?” “그냥 멍하니 있었어”, “나 힘들어” “잘해낼 거야”
디지털아트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가 16일 장충동 타작마당에서 공개한 로봇 ‘동행’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간 대화였다.
동행은 기술과 사람,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융·복합 페스티벌을 표방한 ‘로봇파티’에서 소개되는 50여개의 크고 작은 로봇 중 하나다.
미디어 아티스트 홍상화와 SK텔레콤이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해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곰 인형 모양의 로봇이다.
홍 작가는 “애완견이 채워주는 빈자리의 역할을 미래에는 로봇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굉장히 제한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앞으로 대화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했을 때 나를 반겨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외롭다, 힘들다는 등의 말 열두 가지를 사람이 건네면 로봇이 이처럼 대화하듯이 답하도록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사람이 던지는 말에 대한 로봇의 답은 “최선을 다했잖아”, “안아줄게” 등으로 짧았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로봇 중에는 연말을 맞아서인지 사람처럼 술을 마시는 로봇 ‘드링키’가 관심을 끌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는 이 로봇은 술잔에 술이 차면 사람처럼 고개를 살짝 올려 들이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로봇 몸통 아래에는 마시고 흘러나온 액체를 담을 수 있는 병이 받쳐져 있다.
일본 도쿄 소재 ㈜타스코에서 제작한 기타와 드럼을 치는 로봇으로 이뤄진 로봇밴드는 흥겨운 리듬을 들려줬다.
이들 로봇 외에도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로봇 팔,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니며 골탕먹이도록 설계된 의자 로봇 등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도 가끔 몸과 마음에 병이 들듯이 예기치 않은 사소한 기능 이상으로 제 기능을 보여주지 못한 로봇도 있었다.
폭탄주를 제조하는 로봇 ‘마젠타’가 그랬다.
아트센터 나비는 이밖에 감정을 대신 풀어주는 ‘욕쟁이 할매봇’,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아바타봇’, 아마존사의 인공지능 알렉사(Alexa)의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벗어나 어디에서든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교감할 수 있는 ‘로봇토이’ 등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트센터 나비의 자체 제작 로봇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에서 만들어진 50여점의 로봇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이 진행 중인 로봇도 있다. 지하에선 한중일 3개국 로봇 창작자 6팀의 ‘해카톤’이 벌어졌다.
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제작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국 로봇제조사 디에프 로봇, 북미 최대 IT 온라인 매체 테크 크런치, 일본 오사카의 스타트업 플렌, ‘로봇아빠’로 불리는 한국의 오진환 등이 함께한다고 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사람들에게 감정 표현을 쉽게 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감성 로봇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산업용 로봇이 아닌 우리 손으로 만든 감성소통 로봇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트센터 나비는 2013년부터 로봇을 주제로 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 초부터 창작과 제작 공간 ‘나비 랩’을 운영하고 있다.
로봇들은 17일부터 새해 1월16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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