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박찬욱 “죄의식과 사랑이 서로 반영·증식하는 영화”

‘아가씨’ 박찬욱 “죄의식과 사랑이 서로 반영·증식하는 영화”

입력 2016-05-14 23:43
수정 2016-05-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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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과 삼촌 역할 키워 이야기 다채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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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연합뉴스
박찬욱 감독
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은 14일(현지시각)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영화 ‘아가씨’의 이야기가 “죄의식과 사랑이 계속해서 서로 반영하면서 무한하게 증식해 나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이날 기자 시사회 후 팔래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원작인 ‘핑거스미스’와 ‘아가씨’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 분)의 보호를 받는 히데코(김민희), 그리고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하정우)과 백작의 의뢰를 받고 재산 탈취에 동참한 하녀 숙희(김태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박 감독은 원작에서 인물의 임무와 감정 사이의 모순에서 발생하는 선택의 딜레마에 주목했다고 한다.

원작에서 수전(영화에서 숙희)은 모드(히데코)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모드의 하녀가 되지만 그만 모드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모드를 사랑하게 된 수전은 모드를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자신의 계략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2부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 감독은 “아가씨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구조적인 특이함, 감정상의 딜레마를 거울처럼 마주 보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면서 이 두 여자 옆에 있는 백작과 삼촌의 비중을 확대했다고 한다.

그 이유로 “두 남자 이야기가 좀 더 확장됐을 때 서로 간 대조점이 생기고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두 남자의 역할을 키워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가씨’는 조선과 일본, 유럽 등 이질적인 문화의 어우러짐도 두드러진다.

그는 “무작정 잡탕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에서의 근대 풍경, 근대가 도입된 풍경은 무엇인가, 그 원형은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며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음미해보려면 영화를 한 번 더 봐야 한다”고 웃었다.

영화에 일본 문화가 강하게 표현된 부분에 대해 “일본의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일본적인 요소가 영화에 표현되는 것에 복잡한 감정을 갖기 마련”이라고 운을 뗀 뒤 “시대가 이만큼 된 마당에 좀 더 내면적이고 복잡한 개인들의 관계를 표현한 영화가 나올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 한국인은 수탈당하고 일본인은 나쁘기만 한 “도식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독특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계급과 국적을 초월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는 한편 한국이라는 나라의 형성에서 근대성이 어떻게 도입됐는지 추적할 좋은 기회”라며 영화의 무대를 소설에 나오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옮긴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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