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발칙한, 셰익스피어

유쾌한, 발칙한, 셰익스피어

입력 2014-04-11 00:00
수정 2014-04-1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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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문화축제…중견·신예 연출가 공연 나들이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세상은 난장판이다.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 난리가 밖에서 벌어지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무엇을 할 텐가. 독일 극작가 모리츠 링케의 ‘여자의 벗은 몸을 아직 못 본 사나이’(1997)에 등장하는 연극연출가와 배우들은 이 와중에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장면을 연습한다.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유명한 순간’을 완성하는 일이 연극인에게는 세상 종말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도 이루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인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그 자체로 처절한 비극과 유쾌한 희극을 빚기도 하지만 ‘셰익스피어’라는 브랜드를 품고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파생되기도 한다.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자국의 전통이나 시대상을 녹여 풀어내며 자유로운 변형도 시도한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는 올해, 더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이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왜 하는지, 표어는 무엇이고 해석은 어떤지가 없다. 1980년대 초 기국서 연출의 ‘햄릿1’을 보면 셰익스피어를 통해 시대를 해석한다. 그게 셰익스피어의 개념이고 주제다.”

연출가 이윤택(62)은 ‘제2회 셰익스피어 문화축제’의 배경과 시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셰익스피어학회와 손잡고 학술행사에 공연을 엮은 ‘확장판’ 문화축제를 여는 이유다.

문화축제의 공연 프로그램은 젊은 극작 연출가들이 다시 쓴 셰익스피어를 만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자식들’과 기국서, 이윤택, 양정웅, 박근형 등 한국 중견 연출가들이 참여한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연극’으로 구성됐다.

‘여자의 벗은 몸을 아직 못 본 사나이’는 이채경 연출이 다듬어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27일까지 공연한다. 연극에 갇혀 있고, 세상에 고립되고, 소통이 없는 현대인들의 삶에 딴죽을 건다. 이어 비극의 대명사 리어왕과 희극의 대명사 돈키호테의 만남을 상상한 ‘늙은 소년들의 왕국’(5월 1~18일), 전쟁 같은 하루를 사는 현대인들에게서 맥베스를 끌어내는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②·5월 22일~6월 11일), 일본 극단 신체의 풍경이 제작한 ‘레이디 맥베스’(③·6월 14~18일)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연극’은 한국 연극의 걸출한 연출가들을 연이어 만나는 자리다. 양정웅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①·7월 1~8일)은 주인공들의 성별을 뒤바꿨다. 클럽에서 눈이 맞는 경쾌하고 현대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박근형 연출 역시 같은 작품(7월 9~27일)을 각색해 공연한다.

기국서 연출은 20년 만에 ‘미친 리어’의 두 번째 작품인 ‘미친 리어2’(7월 12~20일)를 내놓는다. 40년간 리어왕을 맡은 노배우와, 한때 잘나가는 코미디언이었지만 연극 속에서는 영 웃기지 못하는 또 다른 노배우의 이야기다. 기 연출이 광대 역으로 출연할 예정인 데다 이윤택이 연출을 맡아 노장의 만남으로 관심을 끈다. 셰익스피어 37개 작품을 97분짜리 연극으로 재구성한 알렉시스 부크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6월 20~28일)도 준비했다.

공연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과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펼쳐진다. 공연 이외에 9월 28일까지 낭송연극제, 교수연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줄리어스 시저’, 시민여성극단 바보들의 무대의 ‘한여름 밤의 꿈’, 문화축제 기념 세미나, 해설이 있는 셰익스피어 영화 보기 등이 이어진다.

박정근(대진대 영문과 교수)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은 “햄릿형의 비극적 인물에서 한바탕 사랑의 꿈을 꾸고 깨어난 보텀형 인간까지 셰익스피어 작품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 현대인의 삶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02)763-1268.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4-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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