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꽃 화가’ 박종필 개인전
화가 박종필(39)은 작가로서 연륜이 그리 길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하다. 핑크, 보라, 빨강, 오렌지색의 꽃들은 저마다 화려한 색상과 자태를 뽐내며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박종필 작가의 개인전 전시장 전경.
작가는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있는 삶의 모호함과 인간의 양면성을 진짜 꽃과 가짜 꽃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우리 눈을 혼란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이미지와 가짜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그 ‘사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자연 vs 인공미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 갤러리에서 7일부터 열리는 그의 개인전 제목은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싱싱하게 핀 생화의 자연스러움과 억지스럽게 과장된 조화의 인공스러움이라는 양 극단에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낯선 심리적 반전을 경험하기에 붙인 제목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판단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상 그 자체를 직시하는 것”이라는 그의 작품은 확실히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가 자못 심각하다. 이미지의 홍수 시대를 살면서 자칫 가짜에 정신을 빼앗겨 버리고 마는 세상 사람들을 질타하는 것 같다.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종필 작가가 작품 ‘비트윈더프레쉬’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밤 12시에 꽃 사와 12시간 세세한 붓질
그의 작업은 밤 12시에 문을 여는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꽃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줄을 섰다가 문 여는 시간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꽃을 사고, 그것과 어울리는 다른 꽃들을 산다.
작업실로 돌아와 오아시스에 꽃을 꽂고 사이사이에 조화를 섞은 뒤 한창 아름답게 피었을 때 사진을 찍고 그것을 캔버스에 옮긴다. 마치 수행하듯이 하루에 12시간 정도를 캔버스 앞에서 붓질을 해도 워낙 꼼꼼하게 디테일을 표현하다 보니 큰 그림 하나 완성하는 데 대략 3개월 정도, 작은 그림도 한 달 정도 걸려야 완성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이미지의 속성을 사유하며 경계에 선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는 그에게 잘나가는 작가들의 위작과 대작(代作) 논란으로 시끄러운 세상은 무의미해 보인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7-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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