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한국 실험미술 거장인 이건용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 일환으로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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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81) 작가. 그가 1979년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비엔날레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을 재연하는 자리였다.
15m 길이의 검은 고무 장판 위에 맨발로 올라선 작가는 몸을 쪼그리고 앉아 좌우로 거침없이 흰 분필 선을 그어나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중간중간 일어선 그에게 관람객들은 “힘내세요”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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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험미술의 거장인 이건용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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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 구겐하임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년대’전과 연계해 이뤄진 이건용 작가의 퍼포먼스는 당시 ‘불온한 것’, ‘퇴폐적인 것’으로 내몰리며 억압받았던 우리 실험미술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에서 지니는 당당한 위치와 가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전시는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가 이뤄지던 시기, 사회적 불의와 폭압, 보수화된 기성 세대의 형식주의 등에 반발한 대표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불러모았다.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작가 29명의 대표작 95점과 자료 30여점이 모였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MZ세대, 외국인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50~60년 전 청년 예술가들의 비판적 실험 정신과 도전적 발상에 교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황양자 제공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이 국전 심사 비리가 터진 1968년 제2한강교(현 양화대교) 아래에서 기성 문화계를 ‘타살’하는 비판적 퍼포먼스인 ‘한강변의 타살’의 한 장면.
국립현대미술관·황양자 제공
국립현대미술관·황양자 제공

© 김구림, 사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김구림의 ‘1/24초의 의미’(1969). 달리는 차 안에서 삼일고가도로, 세운상가, 육교, 고층빌딩 등을 촬영해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도시 풍광과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회하는 도시인을 대조시켰다.
© 김구림, 사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 김구림, 사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전 입구에 자리해 있는 정강자의 ‘키스 미’(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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