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성지에 조선총독부 비석이?”

”독립운동 성지에 조선총독부 비석이?”

입력 2015-08-13 09:25
수정 2015-08-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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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안동향교에 세워져.. 주민들 “이육사 고향인데 뽑아내야”

”독립운동 성지에 초선총독부 비석이 있다니.”

경북 안동시 송천동에 있는 안동향교에 조선총독부가 세운 비(碑)가 남아있어 철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동향교 명륜당 서쪽에 있는 높이 1m 정도 크기의 비 앞면은 ‘安東文廟’(안동문묘·문묘는 공자를 모신 사당)라고 새겨져 있다.

공자를 기리는 앞면과 달리 뒷면에는 ‘조선총독부’라는 한자가 음각돼 있다. 조선총독부 표기 위쪽에는 알아보기 힘든 한자가 몇 자 더 있다.

이 비는 일제 때 안동향교(현 안동시 명륜동 안동시청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6·25를 거치며 안동향교는 불에 탔지만 비는 온전하게 남았다. 이 때문에 1980년대 들어 송천동에 향교를 새로 지을 때 이 비를 옮겨와 명륜당 근처에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조선총독부 관련 조형물이 아직 안동에 남아있다고 알려지자 주민 사이에서 비를 뽑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안동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州) 이상룡(1858∼1932) 선생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인데다 민족저항시인 이육사 고향이기도 해 ‘독립운동의 성지’로 통한다.

또 퇴계, 서애, 학봉 등 거유를 많이 배출해 ‘한국정신문화 수도’라고도 한다.

이런 만큼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 성지인 안동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향교에 남아있는 일제의 비를 철거하자는 것이다.

김모(53·안동시 운안동)씨는 “역사 일부라고 미뤄오던 ‘조선총독부’ 건물도 철거했는데 총독부가 세운 비석을 향교 마당에 버젓이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역사 일부분으로 간주해 남기고 싶다면 비석을 뽑아 박물관 수장고 같은 공간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동균 안동향교 사무국장은 “향교를 새로 지을 때 당시 어른들이 ‘일제 강점’도 역사 일부인 만큼 이를 후세에 알리려고 비석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논란이 있지만 아직 비를 철거하는 것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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