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3대특구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증 심각

사교육 3대특구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증 심각

입력 2010-03-18 00:00
수정 201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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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구 중·고생 우울증·ADHD 실태

잘 산다는 게 꼭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중 사교육 1번지인 강남구의 10대 청소년들이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정신질환으로 가장 많이 병원을 찾고 있다. 공부에 대한 중압감과 부모들의 압박 때문에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과도한 교육열과 학업 스트레스가 발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공부 때문에 정신을 망가뜨려야 하는 ‘잘 사는 동네’의 현실은 그 자체가 바로 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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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2008년 서울 25개 자치구별 10대(10~19세) 우울증 및 ADHD 진료 인원’에 따르면 우울증의 경우 강남구가 1147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1만 1960명)의 9.6%를 차지, 최상위에 올랐다. 송파구(993명), 노원구(926명), 양천구(783명), 서초구(753명)가 뒤를 이었다.

ADHD도 강남구가 2116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1만 9424명)의 10.9%에 해당하는 수치를 보이며 1위를 기록했다. 노원구가 2080명으로 강남구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며, 송파구(1777명), 양천구(1147명), 서초구(1044명)가 뒤를 이었다.

김모(18·양천구 목동)양은 돌이 지나자마자 한글을 뗐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영어·수학·한자·논술 학원 등을 다녔다. 5학년 때부터는 과학고 대비반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집 밖에 나가서 놀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엄마는 무시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무기력해질 때가 많았다. 공부 압박감을 못 견딘 김양은 중3 때와 고1때 자살을 시도했다. 그제야 엄마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김양은 지난 1월부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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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3대 특구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노원구, 양천구 10대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이다(그래픽 참조). 우울증의 극단적 표현인 자해나 자살 시도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방법도 대담해져 심각성을 더한다. 서울수면센터(강남구 논현동) 한진규 원장은 “강남권은 다른 지역보다 공부 강도가 높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센터를 찾는 10명 중 대부분이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8학군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열이 높고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와 경쟁도 심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양천구와 노원구도 마찬가지다. 연세주니어상담클리닉(목동) 조재일 원장은 “하루 평균 20명 정도의 10대들을 진료하는데 80% 이상이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며 “공부 때문에 엄마와 다툼이 잦아지면서 아이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울증은 보통 복통, 소화불량, 두통, 너무 적게 혹은 너무 많이 자거나 먹는 것, 집중력 저하, 무기력감 등의 신체적 증상을 보인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분과 정유숙 교수는 “학업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자해나 자살의 강도가 예전보다 더 빈번하고 세졌다.”며 “요즘은 자살이 마지막 방법이 아니라 하나의 대안이 됐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이들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묻곤 한다.”고 했다. 연세주니어상담클리닉 조 원장은 “옛날에는 집에서 손목을 긋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몸 전체에 칼을 대거나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자살 방법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0-03-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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