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① 재벌 개혁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① 재벌 개혁

입력 2012-08-22 00:00
수정 2012-08-2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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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손은 보는데… 朴은 ‘공정 경쟁’ 野는 ‘개혁 칼날’

2012년 대선 공약의 경제 키워드는 여야 구분 없이 ‘좌클릭’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불리는 ‘약자 보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후보 간 선명성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에서 고개를 젓게 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서울신문은 여야 후보들의 대선 공약 중 경제 분야를 5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경제민주화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이 재벌 개혁이다. 여야 간 공방이 뜨겁다. 대한민국 재벌의 지배구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금산 분리 주장도 나왔다. 2007년 대선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견줘 격세지감이다.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혁의 대상자로 몰린 재벌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럼에도 지배력이 커진 재벌들에게 일정 수준의 규제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야 후보들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측은 ‘재벌 개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재벌 개혁보다 ‘공정 경쟁’을 더 선호한다. 재벌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면서 재벌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경제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권의 선명성 경쟁에 맞서 생명과 보험 등 제2금융권을 산업자본과 분리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박 후보가 이를 채택할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높지 않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1일 재벌의 금융계열사 소유권을 허용하되 의결권은 제한하는 금산 분리 강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박 후보가 이를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현행 금산 분리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후보가 됐으니 경제민주화에 대한 종합 계획, 이른바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식 재벌 개혁의 내용 일부를 내놓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대기업의 편법 상속 제한,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 금지, 대기업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재벌의 문어발식 공격 경영을 가능하게 했던 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그다지 차별화된 것이 없다. 다만 순환출자(계열사 A가 B, B는 C, C는 다시 A의 지분을 소유하며 서로를 지배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밖에 법인세 인상과 재벌세 신설 반대, 연기금 주주권 행사 중립 등 대기업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박 후보는 “우리 경제는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공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해 불균형이 심화됐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문자 그대로 ‘재벌 개혁’

문재인, 손학규 등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재벌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와 달리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유예 기간 3년)에 찬성한다. 이를 뺀다는 것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도 기존 8%에서 4%로 낮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문 후보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재벌세 신설과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도 찬성한다. 대기업의 편법 상속 제한과 법인세 인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재벌 해체는 아니다.”라면서 “재벌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 나가야 하지만 재벌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구조가 너무나 정의롭지 못하고 민주적이지 못한 점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링 밖의 예비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저서 등에서 기업집단법을 제정해 계열사 간 내부 거래와 대기업의 편법 상속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 총수로 대표되는 경제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 공정거래법 강화도 밝혔다.

●전문가들 “표 의식한 경제민주화”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 개혁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재벌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과도한 요구가 없지 않으며 재벌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인다고 해석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재벌 개혁 공약은 과거에 나왔던 내용에서 강도만을 끌어올린 것 같다.”고 꼬집었고 박근혜 후보 측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진정성에 의혹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새누리당에서 나온 제2금융권의 산업자본 분리는 금산 분리의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김효섭기자 golders@seoul.co.kr

2012-08-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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