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공개에 인사청문회 파행
10일 국회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완구 후보자는 거듭 사과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6일에 이어 이 후보자의 언론 관련 발언이 포함된 녹취록이 추가 공개되면서 그의 정치력은 무색해졌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자질 논란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진성준(왼쪽), 김경협 의원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 관련 발언이 포함된 녹취록 파일을 추가로 공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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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 속개된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녹취록이 작성된 날 1시간 30분 동안 김치찌개를 먹으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제가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사흘째 수면을 취하지 못해 제가 착각을 했을 수도 있고,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녹음 파일을 청문회장에서 공개해 이 후보자의 오전 발언을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청문회는 오후 3시 20분쯤 정회됐다. 이어 한 시간쯤 뒤 야당 청문위원들은 청문회장 바깥에서 “언론인들을 총장으로 만들어 줬다”거나 “(언론이 괘씸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취지의 이 후보자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 공개를 감행했다.
오후 6시쯤 재개된 청문회에서 여야 청문위원들은 감정싸움을 방불케 하는 설전을 벌였다. 특위 위원장인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정회 중 녹음 파일을 폭로한 야당의 행동이 위원장으로서 불쾌하고, 유감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정당하게 취득하지 않은 파일을 청문회장이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야당 의원이 공개한 파일 내용이 편집, 짜깁기됐다는 제보가 빗발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악마의 편집 논란을 제기하시는데, 1시간 30분 분량 전부가 아닌 일부를 공개한 것은 후보자에 대한 배려”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가 속개돼 회의장에 들어오다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자리에 앉아 컵에 물을 따를 때 손을 떨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한 시간 반 동안 한 이야기엔 반어법도 있고, 때로는 과장될 수도 있고, 때로는 재밌게 얘기한 것”이라면서 “녹음된다 생각했으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몸을 잔뜩 낮췄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사과를 곁들여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컨대 재검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이 후보자는 “중2 때 부주상골 증후군(발목뼈 이상 증세) 판정을 받았지만, 첫 신검에서는 관련 엑스레이 검사지를 보지 않았고 이후 재검에서 정밀 검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몇 년 전 환갑 때 찍은 엑스레이에서도 부주상골이 여전했다”거나 “행시 합격자는 행정장교로 군대에 갈 수도 있었다”며 병역 기피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잠원동 신반포2차→압구정동 현대→도곡동 타워팰리스→도곡동 대림아크로빌’ 등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에만 살았다는 지적에 이 후보자는 “40년 동안 6번 이사했는데 늘 거주 목적으로 주택 한 채만 보유했다”고 반박했다. 차남에게 증여한 분당 땅과 관련해서는 “차남이 증여세 5억원을 세무서에 이자를 물며 분납하고 있다”며 ‘탈루 없는 증여’임을 강조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장모상 중에도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인 태안으로 향했다”(이장우), “혈액암 고비를 넘기며 국민을 위해 봉헌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정문헌) 등 이 후보자를 칭찬하는 데 질의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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