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로 끝난 아베담화…한국외교 또다시 시험대

‘역시나’로 끝난 아베담화…한국외교 또다시 시험대

입력 2015-08-16 14:29
수정 2015-08-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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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한일관계 ‘고차방정식’…中 전승절이 첫 무대한미동맹 근간,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활로 모색할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이후 하반기 전개될 우리 정부의 외교 행보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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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아베 담화가 향후 한일관계에 또다시 숙제를 던진 가운데, 다음달 초로 다가온 중국의 항일 승전 7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미·중간의 알력 구도도 새삼 부각되는 상황이다.

한일관계 개선과 동시에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스탠스를 취해 나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하반기 동아시아 외교 구도가 일종의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중국 전승절뿐만 아니라 10월 한미 정상회담, 10∼11월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등 하반기에 예정된 대형 ‘외교 이벤트’들을 관통하는 주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베담화와 中 항일전승절…동북아 ‘외교 방정식’

하반기 외교 무대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외교적 공간은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일단 14일 아베 담화가 한일관계 선순환에 추진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된 상태다.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끝내 비켜감으로써 현 일본 정부의 ‘변함 없는’ 역사인식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우리 정부도 다음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 “담화는 지금의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와 침략의 과거를 어떠한 역사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며 이런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담화 내용이 새로운 도발은 아니지만,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만들어진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면 또 다른 모멘텀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베 담화가 ‘어정쩡한’ 사죄에 그치면서 다음달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 참석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담화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서 전면적으로 탈각했다면 우리로서도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에 참석할 명분이 더 생겼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미중간 패권경쟁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백악관은 아베 담화에 ‘환영’의 입장을 냈다.

아베 담화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중일간 관계 개선 흐름도 변수다.

아베 담화는 전쟁의 고통을 겪은 중국과 적으로 싸웠던 미국 등에는 관용에 감사를 표했으나 한국이 피해 당사자인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제3자적 입장에서 언급하는 등 한국을 분리·배제(passing)하려는 시각까지 보였다.

정부가 중국 항일전승 행사 참석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균형점과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승행사에) 가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다”며 “’전승 100년’의 동아시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을 얘기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고 현재 움직이고 있는 일본 문제를 얘기하게 되면 패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 기축 속 한중일 정상회의로 돌파구 모색할듯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 역내 협력 복원을 적극 모색함으로써 외교적 주도권과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국 전승행사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것에도 이런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한미동맹이고 한미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하반기 외교 일정을)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강하게 독려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더욱 바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현안의 진전을 통한 관계 회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의 우회로 성격인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조기 성사에 특히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정부는 아베 담화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시사하는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내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적극적인 외교 포석을 두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며 “톱니바퀴를 굴려야 하는데 한중일이 기술적으로 좋은 명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행사에 참석해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를 강력히 요청한다면 미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명분도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교수는 “한일, 한중, 한미관계 등 양자관계 위주로 가져가면 상승효과를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며 “동아시아를 염두에 둔 네트워킹 외교로 하반기 외교를 끌고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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