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물 구매한 골동품업자·교수 입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5년 전 도난당한 고서(古書)와 서화 등을 장물업자를 통해 산 혐의(문화재관리법 위반)로 구모(65)씨 등 골동품 업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또,같은 장물 업자한테서 ‘연구 목적’으로 도난 서적을 다량 구매한 혐의로 모 대학 교양학부 교수 김모(47)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국의 향교와 재실,고택 30곳에서 도둑맞은 어정주서백선(御定朱書百選·유학자 주희의 서간을 조선 정조가 간추려 펴낸 책) 등 고서와 고문서,서화 등 1천200여점을 2005∼2006년 장물업자 김모(47.2007년 당시 구속)씨를 통해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구씨 등 골동품 업자 3명은 김씨에게서 ‘껌껌한 물건(도난품)이니 일정기간(공소시효 10년) 숨겨놔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고서와 그림 병풍 등 300여점(2천800여만원 어치)을 사들여 대부분을 3∼12배 이윤을 남기고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중국학을 연구한다’며 영규율수(瀛奎律髓·중국 당송시대 시선집)와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典·유교 경전의 일종) 등 고서 900여점을 1천200여만원에 사들여 대학 연구실과 자신의 오피스텔에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산 작품은 국보나 보물이 아닌 비(非)지정 문화재이지만,조선 전기에 발간된 희귀 금속활자본 서적 등이 포함돼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경찰이 전했다.
이 문화재는 전북 고창 향교와 전남 영광 해주오씨 재실,경북 영천 옥간정(玉磵亭),인촌 김성수 생가 등 지방 주요 사적지에 보관돼오다 2005∼2006년 도둑맞았다.
경찰은 2007년 7월 붙잡은 절도단 16명 중 일부가 진술을 거부해 해당 작품의 처분 경로를 밝히지 못했으나,이번 수사로 뒤늦게나마 문화재를 되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골동품업자들은 작품의 낙관을 오려내거나 가짜 낙관을 찍는 수법 등으로 출처를 감추려고 했다.압수한 문화재는 도난 피해를 봤던 향교 등에 반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씨 등이 작품을 처분하는 데 이용한 A 문화재 경매 사이트가 무허가 서비스라는 점을 적발해 이 사이트의 대표 김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구씨 등 업자들이 다른 도난 문화재도 사들여 유통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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