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기소 불복…법원 “경찰이 추측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시위에 참가해 행진하다가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된 30대 회사원이 정식 재판까지 청구한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경찰은 소속 경관의 증언과 사진 자료까지 활용해 혐의를 입증하려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는 오히려 경관이 추측으로 현행범인체포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성호 판사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3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씨는 작년 11월 오후 9∼10시 서울 중구 저동의 성모로터리에서 을지로2가 남대문세무서 앞 도로까지 ‘MB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체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해 교통을 방해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후 검찰은 정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그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정씨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집회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경관들이 인도의 시민까지 밀치는 것을 보고 항의하자 갑자기 불법 연행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박 판사는 “정씨를 체포한 경관 A씨가 작성한 현행범인체포서에는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지만, A씨가 법정에서 정씨가 직접 시위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고 증언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관의 주장은 정씨가 물대포를 맞아 머리와 옷이 젖은 상황을 바탕으로 그가 (도로를) 점거·행진했으리라고 추측한 것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또 “경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은 정씨가 집회에 참석하거나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는 장면이 담긴 게 아니라 전부 체포된 뒤 연행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어서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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