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취업의 명과 암] (중) 고졸채용 바람

[고졸 취업의 명과 암] (중) 고졸채용 바람

입력 2013-02-08 00:00
수정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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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작년 채용 30% 고졸로… 사무직·SW 등 분야도 다양

‘고졸 취업’ 바람이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 고교뿐만 아니라 인문계고는 물론, 외국어고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대졸 사원에 버금가는 대우를 보장하며 고졸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자칫 대졸 취업 확대에 장애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거품이 낀 ‘고졸신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집단(그룹)의 지난해 고졸 채용 규모는 총 4만 1000여명으로, 대졸을 포함한 신규 채용 인력(13만 6000여명)의 30%에 이른다. 삼성그룹의 고졸 채용이 모두 91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가 7800명, LG가 5700명으로, 이들 기업 역시 대졸 신규 채용의 30%가 넘는 인원을 고졸로 채웠다. 이어 포스코 3100명, CJ 2350명으로 뒤를 이었다. 기존 고졸 채용이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에 국한됐다면, 요즘은 사무직과 마케팅,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전체 고졸 취업자는 지난해 972만 7000여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비중이 39.4%다.

고졸 채용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33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62%가 올해 고졸 채용 계획을 갖고 있고,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31%)는 응답이 ‘줄이겠다’(6%)는 대답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대기업들이 고졸 채용을 늘리는 이유 중엔 몇 년 사이 고졸자들의 업무 능력이 높아지면서 대졸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대학교육은 실무와 동떨어진 것일 수밖에 없지만, 기업이 필요한 교육을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마이스터고 등에는 성적 우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내대학 ‘중공업사관학교’의 생도 2기생을 뽑은 결과 대학 진학이 필수적이던 외국어고 출신들도 조선공학을 전공하려고 입사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고졸자들의 로열티가 대졸자들보다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으로 여긴다. 어학연수 경험 등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수평식 조직에 대한 열망이 높은 대졸자들은 상명하복식의 기업 조직문화에 자칫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이직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자가 첫 직장을 2년 안에 그만두는 비율은 75.4%에 달했다. 4년 이후에도 첫 직장을 다니는 비율은 40% 수준에 그쳤다. 반면 고졸자들은 업무 태도나 목표 달성 욕구, 조직 내 성공에 대한 열망이 대졸자보다 강하다고 한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는 취업 초반 대졸자들에 비해 비용이 덜 들면서도 조직 안착률은 높은 고졸자들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 전문가들은 “아무리 고졸 취업 열풍이 거세도 대기업에는 엄연히 대졸 사원 위주의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면서 “고졸학력으로 입사한 뒤에도 꾸준히 자기계발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2-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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