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함께 사라진 종로 대표 선술집 ‘육미’

화재와 함께 사라진 종로 대표 선술집 ‘육미’

입력 2013-02-18 00:00
수정 2013-02-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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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추억의 장소…안타깝다”

서울 종각역 3번 출구 앞 골목으로 들어가면 노란 간판에 빨간색 명조체로 ‘육미’라고 적혀 있는 선술집은 종로를 찾는 이들에게 대표 주점 중 하나였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직장인이나 비교적 저렴하게 술 한 잔 걸치고 싶은 학생들이 찾던 이곳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17일 이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건물 전체가 불에 타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개업한 지 20년가량 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생선구이, 모듬꼬치, 골뱅이무침 등 50여종에 이르는 안주를 제공했다. 저녁이 되면 이 일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 등이 몰려 600석이 넘는 자리를 채우고는 힘든 하루를 달랬다.

기본 안주로 나오는 어묵국에 값싼 안주 한두 개와 소주를 시키고는 어묵국을 몇 번이고 공짜로 ‘리필’해가며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던 추억도 많은 이들이 갖고 있다.

직장인 김수연(36·여)씨는 “육미는 대학생 시절부터 졸업 후 동호회 모임까지 사람들과 모이는 단골 장소였다”며 “이곳의 대표 메뉴인 꼬치구이와 골뱅이를 이제는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몹시 서운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2010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시행사와 세입자들 간 보상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오래된 목조건물이 많아 화재에 취약함에도 신축이 이뤄지지 않은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재개발 보상이 합의되면 언젠가는 예전 모습을 잃을 곳이었지만, 많은 시민과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의 누리꾼들은 예기치 못한 화마(火魔)로 추억의 장소가 무너져내렸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곳을 아끼던 일부 누리꾼은 ‘육미’가 입주한 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불 끄러 가야 한다”는 등 글을 남기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트위터 아이디 ‘muru*****’는 18일 “인사동 육미 같은 오래된 술집들은 갈 때마다 안전성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불이 나서 타 버렸다”며 “이렇게 또 소소한 기억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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