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故 태범군 아버지 인병선씨 끝내 숨져… SNS 추도 물결
27일 경기 안산 한도병원 장례식장. 흰 국화로 뒤덮인 영정사진 속에 중년 사내가 활짝 웃고 있었다. 검정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아내는 부축을 받아가며 향을 피우고 술을 올렸다. 입관식을 갓 끝낸 뒤라 슬픔으로 거동조차 힘들어 보였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눈두덩이 부어오른 두 딸은 영전에 마지막 절을 올렸고, 친척 20여명이 뒤따랐다.고인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 5반 인태범군의 아버지 인병선씨. 아들을 잃은 지 3개월 만인 지난 7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안산 사랑의병원에서 투병하던 인씨는 지난 26일 오후 10시 아들 곁으로 떠났다.
고인의 막내 남동생은 “형이 태범이를 잃고 언젠가부터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서 약을 지어 먹었으나 낫질 않았다”고 말했다. “형님이 장남이고 태범이가 장손이에요. ‘장손인 태범이가 (이제) 없어서 명절에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다’고 형이 말했었는데….” 멍하니 영정을 바라보던 인씨는 끝내 말끝을 흐렸다.
고인의 큰딸(22)은 평생 딱 한 번, ‘동생 입관하던 날’ 눈물을 보인 아버지를 떠올렸다. 큰딸은 “동생이 가고서 우리는 펑펑 울었지만 아버지는 말없이 속으로만 삭이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간 뒤 어렴풋이 ‘아빠나 엄마가 잘못 되면 어떡하지’란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악몽도 많이 꿨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딸들에게 유난히 자상했던 아버지와, 멀리 기숙사 있는 학교에 가는 누나를 위해 A4 용지 가득 편지를 써 주던 다정한 동생을 떠올리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에는 단원고 2학년 학부모 10여명이 찾아와 고인을 떠올렸다. 고 정이삭군의 아버지는 “3주 전쯤 5반 학부모들이 함께 병문안을 갔었는데, 담당 의사가 ‘한 달’을 얘기하더라”며 “조용하고 차분한 분이었는데, 아들을 잃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고 김성현군의 어머니 한경숙씨는 “어젯밤 소식을 듣고서 우리끼리 충격에 휩싸여 ‘건강 조심하자’는 얘기를 했다”며 “(자식) 한 명 잃은 걸로도 슬픈데 나까지 잘못되면 남은 사람이 더 힘들어지니까”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태범이 엄마도 지금 산송장이나 다름없다”며 함께 슬퍼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인씨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트위터 아이디 ‘woody***’는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아드님을 따라가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10-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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