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변호사 대형 로펌行… 양극화 가속

외국 변호사 대형 로펌行… 양극화 가속

입력 2014-11-04 00:00
수정 2014-11-0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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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국제분쟁 늘어 수요 급증… 중소 로펌들 고용할 여력 안 돼

해외 변호사 자격증을 지닌 ‘외국 변호사’들이 국내 대형 로펌마다 북적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국제 법률 분쟁이 늘어나면서 로펌들이 앞다퉈 ‘외국 변호사 모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사정이 어려운 중소형 로펌들의 경우 ‘외국 변호사’ 고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로 향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서울신문이 국내 7대 로펌 소속 ‘외국 변호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김앤장이 1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장 60명, 율촌 51명, 태평양 47명, 세종 38명, 화우 23명, 바른 7명 등의 순이다. 이 가운데 외국 국적 변호사는 김앤장이 86명, 율촌 31명, 광장 26명, 태평양 22명, 세종 18명, 화우 11명, 바른 2명 등의 순이다. 세종과 바른의 경우 지난해보다 외국 변호사가 다소 줄었지만 나머지 5곳은 최소 1명에서 최대 15명까지 늘렸다.

대형 로펌이 ‘외국 변호사’들을 활발하게 영입하는 까닭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이어지며 상호 계약·인수·특허권 관련 법률 분쟁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로펌들은 ‘외국 변호사’를 늘려 ‘우량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의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지 않았고 혹시 있더라도 해외 로펌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국내 로펌들이 ‘외국 변호사’를 다수 영입함에 따라 국내외 사정에 모두 밝은 우리 로펌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시장 개방에 위기감을 느낀 대형 로펌들의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된 국내 법률시장이 2017년 완전 개방되면 외국 로펌도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소송을 맡을 수 있게 된다. 국내 로펌들은 더욱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적자는 7500억여원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로펌들로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변호사’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중소형 로펌들은 속수무책이다. 최근 2만 번째 등록 변호사가 탄생하는 등 법률시장이 공급 포화 상태라 현상 유지만으로도 벅찬 중소형 로펌들로서는 ‘외국 변호사’ 고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국내 소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작은 로펌들은 이미 국내외 대기업들의 선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언제 의뢰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외국 변호사’를 고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11-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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