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단 못한 성탄 분위기…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하철·도로 등 교통 혼잡
성탄 전야인 24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거리 곳곳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는 인파로 넘실댔다.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 유난히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고 경기 침체가 완연한 탓인지 예년보다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점에서 흘러나온 캐럴과 반짝이는 조명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웠다. 시민들은 가족, 친구, 연인의 손을 잡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만끽했다.
◇ “예년 같진 않지만…이브는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서울 명동의 가로수는 성탄절을 맞아 형형색색의 전구로 장식됐다. 거리 한가운데는 대형 트리도 설치됐지만 작년보다는 조명이나 장식이 다소 줄어든 분위기다.
하지만 손을 꼭 잡은 연인들과 케이크를 든 가족,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 등 성탄절 분위기를 즐기려는 인파로 거리가 넘쳐났다.
거리에서 ‘셀카봉’ 등으로 기념촬영을 하거나 호떡과 계란빵, 꼬치 등 노점에서 산 음식들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직장인 이재환(30)씨는 “올해는 예년보다는 연말 느낌이 확실히 덜 나 일부러 명동을 찾아왔다”며 “인파 속에서 있으니 크리스마스 이브 느낌이 확실히 나는데다 날도 그다지 춥지 않아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미사는 오후 10시 30분과 자정에 열리지만 성당에 설치된 아기 예수 탄생을 재현한 작품들과 본당 내부 등을 둘러보는 시민들로 일찌감치 북새통을 이뤘다.
성당 앞에서 남자친구와 사진을 찍고 있던 대학생 이지선(24·여)씨는 “남자친구와 만난 지 1년 된 날이라 더 뜻깊다”며 “명동 거리를 구경하고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는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붉은색 계열 옷으로 한껏 치장한 젊은 남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부분 레스토랑은 예약이 마감 시간까지 모두 꽉 차 있거나 30분 이상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들로 붐볐다.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고사리 손으로 모금에 동참하는 어린 아이부터 연인, 가족 등의 손길이 이어졌다.
회사원 이재도(30)씨는 “여자친구가 크리스마스에 출근해서 이브 날이라도 함께 보내려고 일부러 일찍 퇴근했다”며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것이 거의 없어 예년보다 성탄절 분위기가 많이 나는 것 같지는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 “약속 시간 내에 도착하라”…도심 이동 대작전
연인·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도로는 물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7시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강남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슬아(32·여)씨는 “남편과 만나러 종로 쪽으로 가야 하는데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벌써 세 대나 그냥 보냈다”며 “크리스마스인 건 좋은데 가는 곳마다 차량 정체가 심하고 사람이 붐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빵집 임시 매대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넥타이 부대도 눈에 많이 띄었다.
중견기업 부장인 정모(48·여)씨는 “어린 직원들이 놀고 싶을 텐데 이브에도 일하는 모습 보니 안타까워 부서에 케이크를 가장 큰 것으로 돌렸다”며 “회사 사람들끼리라도 분위기 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오후 5시 이후부터 차량이 많이 몰리면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며 “평소 평일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교통량이 많고 도심 전체에서 교통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 “크리스마스가 더 쓸쓸해요”
모든 이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모(24.여)씨는 오늘 저녁에 손님이 많을 것 같다며 퇴근을 늦춰달라는 매니저의 부탁에 근무시간을 평소보다 연장했다.
김씨는 “남자친구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오늘은 일하고 주말에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일단 오늘 저녁에 무척이나 혼잡할 것 같은데 무사히 보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32.여)씨는 연말까지 끝내야 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간단히 식사만 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강씨는 “친구와 함께 파티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팀원들 모두가 고생하는데 혼자 빠질 수 없어 사무실로 들어왔다”며 “오늘은 고생하고 내일 오전은 좀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농성 중인 장애인들은 조촐하게나마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012년 8월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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