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 리조트 참사 1년… 대학생 오리엔테이션 가보니…
지난해 2월 138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는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풍경을 바꿔 놓았다. 상당수 대학이 외부 합숙 형식으로 진행하던 OT를 교내에서 진행하거나 총학생회가 단독 주관하던 OT를 학교와 학생회 공동 주관으로 바꿨다. 외부 OT를 갖더라도 합숙 장소를 사전 답사하는가 하면 교수 및 교직원이 동행해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23일 학교 밖 대신 교내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전공 소개를 듣고 있다.
학생회 관계자는 “부학장 명의의 편지를 부모들에게 보내 행사 취지와 장소를 설명했다”며 “사전에 안전교육을 했고, 재학생들에게 음주 안전 수칙도 공지했다”고 말했다.
물론 ‘안전 사각지대’는 있었다. 중앙 계단에 층마다 설치된 철문은 여학생 힘으로 열기 힘들 만큼 삐걱거려 유사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숙소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미닫이 유리문은 잠금장치가 고장나 주최 측이 임시로 테이프를 붙여 놓았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배포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에는 유리 창문 안전 잠금장치를 점검하게 돼 있다.
숙명여대는 새터 숙소에서의 음주를 1인당 1캔으로 제한했다. 학생지원팀 직원이 현장 진행요원과 학생회, 교직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2시간 사전 안전교육을 했다. 지난 18일부터 강화도와 강원도 등에서 단과대별 OT를 진행한 고려대도 교내에서 안전교육을 하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성북소방서가 제공한 안전 관련 동영상을 시청했다.
교내에서만 단과대별 입학식 겸 OT를 진행하고 새터를 입학 이후로 미룬 학교들도 있다. 중앙대는 23일 오전 단과대별 입학식과 OT를 진행했다. 1시간가량 성희롱 예방 교육 및 학사 안내를 하고, 과 선배들이 나와 해당 전공을 소개했다. 통상 교내 OT의 출석률은 낮은 편이지만 올해에는 전체 신입생의 80%가량이 참석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입학도 하기 전에 ‘예비 신입생’ 신분으로 외부까지 나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학교 측도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 입학식 겸 간단한 OT를 개최하게 됐다”며 “입학 이후 3월 초부터 단과대별 엠티 형식의 새터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내기 오모(21·아시아문화학부)씨는 “3월에 엠티를 가긴 하지만 학기 시작 후 가는 거라 미리 친해질 기회가 사라지는 거 같아 아쉽다”며 “대학 생활에 대한 설렘 때문에 안전에 대한 걱정이 와 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5-02-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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