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원고 할머니들 80대 중반…노골적 시간 끌기’”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서류가 일본 측으로부터 두차례나 반송됐다.피고 미쓰비시 측의 사실상 ‘수신 거부’로 해석되는 조치 탓에 소장 송달이 되지 않으면서 소송은 제기된 지 1년 4개월동안 아직 재판 한번 열리지 못하고 있다.
11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15일 이와 관련한 소장이 일본 중앙당국으로부터 반송됐다고 광주지법에 알렸다.
이번 소송은 근로정신대 할머니 3명과 숨진 할머니의 동생 1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1억5천만원씩 모두 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소장 송달은 당사자에게 청구 취지와 사유 등을 알리는 절차로 재판을 시작하는데 필수적이다.
특히 국제 소송에서는 국내 관할 지법-대법원-외교부를 거쳐 상대방 국가에서도 역순으로 전달과정이 진행돼 송달에만 몇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소송 서류가 반송되면서 이번 소송은 아직 재판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소장은 지난해 2월 접수됐다.
지난해 말 반송 사유는 일부 서류 누락이었으며 이번에는 원본과 번역문 사이에 원고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 측의 노골적인 시간 끌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설사 오류가 있더라도 중대한 것이 아니라면 재판 과정에서 보완이 가능할텐데도 반송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몇차례 변경 끝에 오는 8월 13일 첫 재판일을 잡았지만 소장 반송으로 재판이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다시 소장을 일본 측에 보내려면 수개월이 더 필요하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재판하다가 세월이 다 가고 무덤에서 재판받게 생겼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광주에서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미쓰비시 관련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소송 3건(원고 11명)이 진행 중이다.
양금덕(84) 할머니 등 5명은 1심에서 승소해 오는 2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할머니와 강제 노역 중 일본 대지진으로 숨진 할머니의 조카 며느리가 1억5천만원과 36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각 청구했다.
근로정신대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사실상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시민모임은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