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역사교과서, 모호한 집필기준 등 보완에 ‘관심’

단일 역사교과서, 모호한 집필기준 등 보완에 ‘관심’

입력 2015-10-18 15:20
수정 2015-10-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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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기준 부실이 검인정 일부 기술 문제 불렀다 지적 제기지나친 세부 기준 마련시 오히려 필진 참여의지 떨어뜨릴 수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단일한 역사교과서 편찬 작업이 정치적 편향 논란을 딛고 역사교육의 균형과 내실을 기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모호한 교육과정에 따른 집필기준이 이른바 ‘좌편향’ 검인정 교과서가 통용되는 현실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집필기준 등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으리란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자칫 필진의 재량을 위축해 역량 있는 집필진의 참여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 “모호한 기준 악용해 무리한 주장 펴” vs “집필기준 따랐을 뿐”

검인정 교과서의 ‘좌편향’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교과서들이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 투쟁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는 ‘보천보 전투’를 더욱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두산동아(동아출판)의 경우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보다 더욱 비중있게 다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한 집필기준은 “만주 침략 이후 중국 지역의 무장 독립단체들이 중국인들과 힘을 합해 일본군에 대항했음을 유의한다”고 돼있다.

집필기준에 배치됐다고 볼 수 없으나 균형을 잃은 서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집필 거부를 선언한 한국역사연구회 관계자도 “비판 대상인 교과서 기술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청산리 전투보다 보천보 전투를 부각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천보 전투 자체는 당시 일제의 억압적 침탈이 심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동아일보 호외로도 소개된 항일 투쟁의 성과”라며 “교과서에 소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다수 교사들은 김일성의 항일 투쟁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 성과를 지나친 영웅화로 포장하는 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논란을 빚어온 주체사상에 대한 북한 측 주장의 언급(금성교과서 개정 전 407쪽)과 6·25 전쟁의 남북 공동책임 기술 대목(미래엔 교과서 개정 전 342쪽) 등의 책임 소재를 놓고도 단일교과서 편찬에 나서는 정부와 반대 목소리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정부는 교육부의 지속적인 수정 요구에 의해 관련 내용 일부 시정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이에 불복한 소송이나 불균형 기술 대목이 존재하므로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사항들이 있으며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 교육과정 대상에 ‘주체사상’이 언급돼있는 것처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따르다보면 논란을 초래한 기술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또 다른 검인정 역사교과서 집필자는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기술했다는 일부 보도 등 내용은 관련 사진에 대한 설명을 빼버린 ‘악마의 편집’”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이미 수정됐거나 지엽적인 내용을 갖고 좌편향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역대 국정교과서 관점 ‘널뛰기’…기준·집필진 선정 추후 과제

1974년판부터 2006년에 이르기까지 역대 국정교과서 내용을 비교해보면 정권과 시대 변화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과 판단이 크게 달랐음을 알게 된다.

5·16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제작된 1974년, 1979년, 1982년판에서 ‘5월 혁명’으로 치켜세워졌지만, 1990년판에서 ‘군사 혁명’으로 조정됐으며, 민주화 시기 이후인 1996년, 2002년, 2006년판에서는 ‘군사 정변’으로 격하됐다.

국정화는 여러 역사적 사실과 이에 대한 평가의 통일 혹은 공통분모로의 절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논쟁적 쟁점이 첨예한 현 학계 실정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과제인 점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 스스로도 국정화 정책은 임시방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희도 국정을 영원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바람직한 것은 자유발행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어차피 단일교과서 편찬에 나선 만큼 집필기준 세부화보다 더 중요한 건 역량 있는 집필진 확보와 독립성 보장에 모아진다는 게 역사학계 및 교육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의 편향 문제보다 최신 역사학 연구의 성과를 수용하고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현대사 전공 국사편찬위원 출신 연구자는 “애국주의에 경도된 보수와 민족주의에 경도된 인사들이 집필한 교과서는 모두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국정화 필요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교과서를 집필하면 학문적 이력을 망친다는 학계 분위기”라며 “제대로 된 국정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선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필수적이며, 이번 편찬의 성공 여부도 얼마나 현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해주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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