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 만세’ 대자보. 고파스 캡처.
경희대에 이어 고려대에도 ‘김일성 만세’가 적힌 대자보가 등장했다. 이 대자보가 훼손된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따르면 이날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경대 후문에 ‘김일성 만세’라는 제목의 대자보 3장과 ‘독재자의 딸’이라는 대자보 1장이 연달아 게재됐다.
대자보에는 ‘한국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 밖에’라는 내용의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가 적혀 있다. 18일이 지나면 자진 철거하겠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다.
대자보에는 최근 유행하는 ‘애오체’가 사용됐다. 애오체는 하고 싶은 말을 고양이의 입을 빌어 말하는 풍자 화법으로 문장 어미가 ‘애오’로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자보에는 고양이 그림과 함께 “안녕하새오. 고양이애오. 판사님 이거 제가 썼어오. 주인님 자바가지 마라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 대자보는 게재 첫날부터 훼손됐다. ‘김일성 만세’라는 제목의 대자보 1장과 ‘독재자의 딸’의 아래 부분이 일부분 찢겨져 나간 것.
‘대자보 훼손’을 두고 고려대 학생들은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고파스에실시된 투표에서 11일 오후 3시 투표 참가자(531명)의 절반 이상인 57.3%가 ‘대자보의 내용이 50년 전에도, 지금도 너무나 당연하다’고 응답했다.
‘대자보의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으나 훼손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30.9%였다. ‘대자보를 강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은 11.9%에 그쳤다.
고려대 학생들은 “‘김일성 만세’라는 문구가 거슬리지만 나라에서 잡아갈 일은 아니다’”, “(대자보를 찢는 등) 방법이 저열하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지난달 30일 경희대에서는 이 대학 후미니타스 칼리지 소속 한 학생이 고 김수영 시인의 유작 ‘김일성 만세’를 게재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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