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 바지선에 숨어 물만 먹고 밀입국한 사채업자 검거

9일간 바지선에 숨어 물만 먹고 밀입국한 사채업자 검거

입력 2016-03-15 10:38
수정 2016-03-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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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생수통서 DNA 검출…밀입국 4일 만에 고급빌라서 체포

미로 같은 바지선 격벽에 숨어 9일 동안 물만 마시고 밀입국한 사채업자가 결국 해경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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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 9일간 생명줄 생수 한 병
밀입국 9일간 생명줄 생수 한 병 미로 같은 바지선 격벽에 숨어 9일 동안 물만 먹고 버틴 끝에 밀입국한 사채업자가 해경에 붙잡혔다. 이 사채업자가 바지선에서 먹은 2ℓ짜리 생수 한병.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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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바지선 내부
미로 같은 바지선 내부 미로 같은 바지선 격벽에 숨어 9일 동안 물만 먹고 버틴 끝에 밀입국한 사채업자가 해경에 붙잡혔다. 이 사채업자가 숨어 있던 바지선 내부.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이 남성은 수십억원 탈세 혐의로 수년 전 중국으로 몰래 도피했다가 올해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밀입국해 처벌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15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모(53)씨와 김씨의 밀입국을 도운 선원 이모(61)씨와 박모(51)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이씨와 박씨의 도움으로 중국 닝보 항에서 정박 중인 바지선에 숨어 9일 만에 경남 거제 고현항으로 밀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씨와 박씨에게 밀입국 대가로 5천만원을 주기로 했다.

특히 김씨가 숨은 곳은 바지선의 평형수를 채우는 물탱크 격벽 통로로, 바지선에서 가장 깊숙하고 찾기 힘든 장소였다.

바지선 바닥 뚜껑을 열고 미로 같은 격벽 통로와 파이프를 타고 약 20m를 들어가야 도달하는 1.65㎡(0.5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김씨는 성인 남성이 겨우 쪼그려 앉을 수 있는 이곳에서 9일간 2ℓ짜리 생수만 마시며 버틴 끝에 밀입국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해해경청은 밀입국 첩보를 입수하고 고현항 바지선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격벽 통로에서 김씨가 밀입국 당시 마신 생수통과 입은 의류, 담뱃재 등을 발견해 김씨의 DNA를 찾아냈다.

남해해경청은 이를 근거로 수사에 나서 서울 마포구의 시가 20억원 상당의 빌라에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들어오는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가 밀입국한 지 4일 만이었다.

해경 조사결과 김씨는 2009년 기업을 대상으로 고리 사채업을 벌여 누진세 포함 60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의 여권을 위조해 2011년께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조세범 처벌법 공소시효 7년이 만료되는 올해 5월 이전 국내에 밀입국해 주변 사람에게 그동안 해외가 아닌 국내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처벌을 회피하려고 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뒤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가 연장된다.

김씨는 공소시효가 연장될 것을 우려해 2011년 출국 사실 등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경은 전했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김씨가 밀입국 과정에서 발각될 것을 우려해 바지선에 숨어 물만 먹고 9일을 버텼다”며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밀입국한 김씨를 체포하지 못했다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하지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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