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뉘앙스 강해 변경 요구…“중국이나 일본 관련 명칭도 버젓이 사용”
새로 지어진 세종시 마을 이름을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6일 세종시 주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최근 다정동 2-1 생활권의 마을 이름인 ‘샛골마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샛골은 ‘제천리에 있는 사이에 있는 골짜기’를 뜻하는 순우리말이지만, 어감에서 성적인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박모(32·여)씨는 “2-1 생활권에 사는 아이들은 색골마을로 놀림당할까 봐 학부모로서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주민도 “세종시는 건물 외벽에 아파트 브랜드가 아닌 마을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1번 국도를 지나는 사람마다 아파트 외벽에 쓰인 샛골마을이라는 이름을 보고 비웃고 지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은 기존의 다정동이라는 법정동이 있는데 왜 굳이 이름을 따로 지어야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름도 의미나 발음이 나쁘거나 저속한 것이 연상돼 놀림감이 되는 경우 바꿀 수 있는 사유가 되는 만큼, 아파트가 완전히 지어지기 전에 마을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샛골마을에는 4개 구역에 힐스테이트, 중흥 센텀시티 등 8개 아파트 단지가 완공돼 2018년 입주할 예정이다.
3-2 생활권 ‘호려울마을’도 마을 안쪽이 넓고 입구가 좁아 병의 목과 같다고 해 ‘병 호’자와 ‘여울’ 진 금강을 따서 붙였지만, 일부에서는 영어의 ‘호러블(horrible·지긋지긋한, 끔찍한)’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내 학교 이름에도 세종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사대주의적 발상이 남아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내년 2-2 생활권에 문을 여는 가칭 ‘가득유치원’과 ‘가득초등학교’의 경우 각각 당암 유·초로 변경될 예정이지만, 일부에서 당암의 어원이 중국 당나라에서 기원한 것이라며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멸망시킬 때 주둔했다고 해서 부른 ‘당골’과 당나라군이 부수고 금을 채취한 ‘용바위’를 합쳐 당암이라 부른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주민 김모씨는 “세종대왕의 한글 사랑과 창조적인 정신을 기리는 뜻으로 세종시 마을이나 학교 이름은 한글로 짓는 것을 우선하고 있지만 어원과 어감이 이상한 명칭이 많다”고 말했다.
2-2 생활권 주민들은 세종시의회와 세종시교육청에 교명을 개정해달라며 민원을 신청했다.
지난해 1-3 생활권 내에 개교한 종촌 유·초·중·고교도 종촌(宗村)이라는 지명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며 학부모들이 교명을 바꿔달라고 민원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종촌동은 일제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부락을 합칠 때 대표지명인 순우리말 지명 ‘밀마루’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름은 입주예정자와 지역민, 이전기관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공모한 뒤 지역의 특색과 역사, 순우리말 등 기본원칙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정했다”며 “교명에 의견이 있으면 오는 23일까지 교육청 행정과(☎ 044-320-3215)로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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