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든 가방 들고 청주공항 빠져나갔다 돌아오는 제주공항서 뒤늦게 적발
실탄을 소지한 채 보안 검색대를 유유히 통과, 항공기에 탑승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지방공항의 허술한 보안 검색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전문가들은 지방공항의 허술한 보안 검색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청주공항에서 제주공항에 들어오려던 김모(37)씨의 가방에서 38구경 권총 실탄 1발이 보안검색 과정에서 적발됐다.
총기나 탄알은 위해 물품으로 분류돼 기내반입이 제한되고 위탁 수하물로도 실을 수 없다.
수상한 소지품이 김씨 가방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 엑스레이 정밀 검색으로 확인돼 가방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문제의 실탄이 발견됐다.
국정원을 비롯해 경찰과 기무사, 항공청 등 관계 기관은 김씨를 조사했으나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당시 허가를 받지 않고 실탄을 소지한 혐의(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법 위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과거 군 복무 때 챙긴 실탄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김씨가 실탄을 가방에 넣은 사실을 잊고 제주에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루 전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탈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제주에 도착했다.
실탄을 소지한 가방이 청주공항 검문검색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안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줬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관계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당시 보안 검색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은 지난 4월 민간인이 몰던 승용차가 활주로에 진입한 사건 보고를 빠뜨려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과태료 500만 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방공항에서 탑승객이 소지한 실탄을 발견하지 못한 사례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달 27일에도 김천경찰서 소속 A 경사가 실탄을 소지한 채 부산 김해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지방공항 여객 수요가 급증했는데도 보안 검색 전문성이나 인력은 제자리여서 보안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주공항은 올해 이용객이 2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수년째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해공항 역시 꾸준히 승객이 늘면서 올해 연간 이용객 1천5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오석균 충청대 항공보안과 교수는 “청주나 김해 등 지방공항은 최근 수년간 이용객이 급증해 하루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지만 보안 검색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 충원과 강화 교육을 통해 보안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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