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방도, 비판도 없애드려요… ‘댓글 흥신소’의 명암

[단독]비방도, 비판도 없애드려요… ‘댓글 흥신소’의 명암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3-02 22:20
수정 2017-03-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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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비난 게시물 차단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 성업

“블랙컨슈머 대한 정당한 방어”
몸캠 피싱 피해 예방 등 순기능
“부작용 고발글 전방위적 삭제”
합리적 비판 차단 악용 부작용
“라섹 수술 부작용으로 난시가 생겼는데 병원은 모른 척하더군요. 답답해서 인터넷에 글을 쓰고 해당 병원을 다룬 기사에 비판 댓글을 달았는데 갑자기 글이 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병원이 전문 업체를 고용해 제 글을 없앤 겁니다.”- 직장인 김모(28)씨

의뢰인을 비난하는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해 준다는 소위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들이 성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악의로 험담하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는 주장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합리적 비판까지 가로막는 부당행위라는 지적이 맞서 있다.

2일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의 ‘게시 중단 요청 서비스’를 이용해 의뢰인의 비판 게시물을 사실상 삭제한다. 사실 누구나 본인인증 절차를 밟고 지우려는 게시물의 웹페이지 주소(URL)를 입력한 뒤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포털사이트는 자동으로 게시자에게 해당 게시물이 신고됐음을 알리는 메일을 보내는 동시에 30일간 누구도 내용을 읽을 수 없도록 비공개 처리한다.

만일 게시자가 반박 메일을 보내지 않으면 30일 후 자동으로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다. 반면 반박 메일을 보낼 경우 30일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삭제 여부를 심의한다. 심의 판단이 난 게시물은 다시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시자가 심의까지 가지 않고, 심의 결과 정당한 게시물로 판단돼도 30일간은 비공개 처리되기 때문에 확산 정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평판 관리 업체 관계자는 “피해를 당한 기업이 직접 중단 요청을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사이트에 얼마나 많은 게시물이 있는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게시물의 확산 범위가 넓을수록 가격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는 1개월 관리에 30만원, 1년은 300만원이라고 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기업은 의뢰인에게 ‘본인은 게시물 삭제 신청에 관한 모든 업무 및 권한을 상기 대리인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쓴다.

사실 평판 관리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법) 제44조 2항 2호에 따르면 인터넷 게시물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이 요청하면 해당 게시물을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하게 돼 있어서다. 또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 등의 나체 영상물을 올리는 행위)나 몸캠 피싱 피해자의 영상물을 찾아내 지운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전문 업체를 고용해 전방위적으로 인터넷 게시물을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으며 특히 성형외과가 업체를 고용해 부작용 고발 게시물에 대해 게시 중단 조치를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신고만으로 특정 기업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차단하는 행위가 자칫 정당한 비판마저 위축시키지는 않는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3-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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