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미뤄진 공통원서 접수시스템 대행업체에 내는 돈 거의 안 줄어
박근혜 대통령이 수험생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됐던 대입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이 2016학년도 정시 모집부터 도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내는 원서 접수 수수료는 줄지도 않고 기존 대행업체들이 챙겨 가는 구조여서 이를 추진한 교육부가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교육부 관계자는 30일 “현재 고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16학년도 정시부터 대입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은 교육부가 구축한 웹사이트에 학생이 로그인하고 원서를 작성한 다음 대학을 선택하는 형태다. 기존에는 수험생이 대입 원서를 내려면 대학이 지정하는 원서 대행사에 접속해 지원서를 써 냈다.
하지만 교육부가 구축한 시스템으로 접속하더라도 로그인한 뒤에는 원래 대행사인 진학사나 유웨이중앙을 거치게 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접수 대행비 건당 5000원은 대행업체가 고스란히 챙겨 간다. 원서 접수 수수료 격인 접수대행비는 연간 수백억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대입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사업비 303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기존 대행업체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시스템 구축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기존 업체의 손을 들어 주면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교육부는 사업비 가운데 107억원을 쓰고 나머지 196억원을 반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비용이 모두 92억원이고, 사업 진행비로 15억원이 들어갔다”면서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암호화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기존 업체에 대한 조사도 없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측은 “어차피 원서 대행업체를 거치기 때문에 대입 전형료는 크게 줄지 않겠지만, 학생들은 편해지게 됐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7-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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