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남자한테 참 좋은 건 정말 좋은 건 말이죠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남자한테 참 좋은 건 정말 좋은 건 말이죠

입력 2011-09-19 00:00
수정 201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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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중후해 보이는 건강보조식품 회사 대표가 한때 방송 광고에 등장해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이런 요지의 카피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광고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기발한 착상이 재미있어 그 화면을 보면서 키득거리곤 했는데, 문제는 ‘남자한테 참 좋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카피만으로는 그 제품이 남자의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가 분명치 않습니다만, 굳이 의역하자면 아마도 남성의 스태미나, 즉 성적 능력을 말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이전에도 상업적 목적으로 ‘남성’을 들먹인 사례는 많았습니다. ‘강한 남성성’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유전적 신드롬이었습니다. 물개의 생식기가 그렇고, 뱀탕이나 보신탕도 이런 사회적 속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품이 어떻게 남성의 힘을 강화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아마도 단백질, 지방 등과 연관이 있을 듯합니다. 농경 민족인 우리는 항상 육류에 대한 향수를 갖고 살았습니다. 육류를 일상적으로 먹는 서구인들에 대해 갖는 ‘왜소 콤플렉스’나 ‘약체 콤플렉스’가 부른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세대들은 모처럼 고기반찬이라도 장만할 때면 “고기가 최고다. 많이 먹어라.”라며 ‘육류대세론’을 세뇌시켰고, 그런 노력 덕분에 요즘도 고기라면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서구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부른 허상일 뿐입니다. 그들의 육식 문화가 체형이나 완력을 키우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으며, 덩달아 성적 능력도 얼마간 강화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 능력은 기본적인 5대 영양소에 미량원소가 더해져 발현되고 거기에 체력과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며,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서구형 섭생이 전적으로 유리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한 가지 식품이 인간의 성적 능력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미련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 건강보조식품 회사의 대표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성적 능력을 키우려면 ‘또 다른 무엇’을 찾기보다 건강한 식사를 생각하고, 나태에서 벗어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보다 더 좋은 ‘참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jeshim@seoul.co.kr

2011-09-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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