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이세돌의 한 수에 바둑계 관행 바뀔까

이번에도 이세돌의 한 수에 바둑계 관행 바뀔까

입력 2016-05-20 15:31
수정 2016-05-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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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뜯어고칠 수 있으면 고치는 게 우선”과거에도 승단대회 보이콧·휴직계 제출로 제도 개선

‘풍운아’ 이세돌 9단이 다시 한 번 바둑계와 정면으로 맞섰다.

이세돌 9단은 프로기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동조할 수 없다며 친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탈퇴서를 제출했다.

프로에 입단하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프로기사회에서 탈퇴를 선언한 기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세돌 9단 형제는 ▲ 프로기사회가 탈퇴 회원이 한국기원 주최·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 회원의 대국 수입에서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정관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세돌 9단과 같이 상금을 많이 획득하는 기사가 기사회 적립금에 많은 기여를 하는 구조다.

이 외에도 기사회 정관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세돌 9단은 20일 더플라자호텔에서 맥심커피배 우승 시상식을 마치고 취재진에게 “기사회 적립금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관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다시피 해야 한다”며 탈퇴라는 강경책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프로기사회는 이세돌 9단의 탈퇴를 최대한 막고 대화로 원만하게 풀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이세돌 9단은 “대화로 풀어나갈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겠나.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세돌 9단이 바둑계에 파문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9단은 과거에도 전에 없었던 보이콧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제도 개선을 이끈 전력이 있다.

정규 승단대회를 통해 3단으로 승단한 16살(1999년) 때였다.

그러나 대국료도 없이 별도로 연간 10판씩 소화해야 하는 승단대회는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 그 이후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다.

그는 3단에 머무르면서도 2000년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2002년 제15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대회에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0년에는 32연승을 달리면서 당해 최다승·최다연승을 기록했다.

뛰어난 실력에도 3단에 머무는 그의 고집에 결국 한국기원이 움직였다.

2003년 1월 이른바 ‘이세돌 특별법’이라는 제도개혁에 나선 것이다.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대회 우승시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전성기를 맞은 그는 ‘1인자’로 올라선 2009년에도 프로기사회와 마찰을 겪었다.

당시 그는 한국바둑리그에는 불참하고 중국리그에 참여하려 했고, 기사회는 이런 이세돌 9단에게 징계를 가하려 했다.

이에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잠적하는 초유의 일을 냈다.

이 9단은 휴직이라는 방법으로 기사회의 한국리그 불참 저지를 거부했고 중국리그 대국료 일부 기사회 납부, 각종 시상식 불참에 대한 부정적 시선, 한국기원에 기보저작권 위임 등을 향한 불만도 표출했다.

이 9단은 이후 한국기원과 대화해 약 6개월 뒤인 2010년 1월 복귀했지만, 바둑계 관행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시각을 세상에 알렸다.

다시 한 번 기사회와 정면으로 맞선 이세돌 9단은 이번에는 베일에 싸인 기사회 정관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한국기원과 기사회는 정관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프로기사회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기사회 정관에 문제점이 많다. 기사회 적립금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탈퇴 회원이 한국기원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2009년 자신이 휴직 파문을 일으킨 이후 일부 수뇌부의 주도 아래 추가된 것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는 기사회가 프로기사의 ‘친목단체’에 불과할 뿐이라며 자신의 행보가 제동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기사회는 일단 기사회 정관은 최근까지 조훈현, 이창호 국수 등도 모두 준수해온 것이라며 역사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제율 등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총회나 대의원 회의 등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득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세도 9단은 “완전히 뜯어고칠 수 있으면 뜯어고치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지금의 기사회를 와해시키고 새로운 기사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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