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쇼핑몰서 메달 꿈 키운 필리핀 피겨선수

<올림픽> 쇼핑몰서 메달 꿈 키운 필리핀 피겨선수

입력 2014-02-14 00:00
수정 2016-08-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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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常夏)의 나라’ 필리핀에서 온 열 여덟살 피겨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을 향해 4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이스링크를 떠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마이클 마르티네스는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분 39초간 열정적인 올림픽 데뷔 무대를 가졌다.

시작부터 트리플 악셀을 매끄럽게 성공해 관중석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실수 없이 자신이 가진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자신의 역대 최고 점수인 64.81점을 받아 19위를 기록, 상위 24명에게만 주어지는 프리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마르티네스는 경기 뒤 “챔피언이 된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일한 필리핀 선수다. 올림픽에 출전한 역대 5번째 필리핀 선수이기도 하다.

동계 스포츠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필리핀에는 링크가 3곳밖에 없다.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는 아니고 모두 쇼핑몰에 있는 ‘오락용’이다.

마르티네스는 8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쇼핑몰에 놀러갔다가 은반 위에서 점프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바로 부모님을 졸라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필리핀 매체 GMA뉴스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선수가 되기 위한 피겨 레슨을 받으려면 장비값까지 더해 한 달에 5만∼7만5천페소(약 118만∼177만원)의 거금을 써야 한다.

마르티네스의 부모는 아들의 꿈을 위해 집을 저당잡히면서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동안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해 태풍 하이옌으로 재정이 열악해지자 이마저도 끊겼다.

어쩌면 이번이 마르티네스가 참가하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

마르티네스의 어머니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4년을 더 감당하기에는 훈련비가 너무 비싸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필리핀에서 마르티네스의 응원 열기가 높아지고 있어 그를 후원할 회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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