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인간의 정이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모르겠어. 지난 4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고양시 신도동) 진관외리에서 있었던 이야기야. 김(金)모씨가 보신탕을 해 먹으려고 이웃 조(曺)모씨의 누렁개 1마리를 3천원에 사 잡던 중이었는데 몽둥이로 내려친게 그만 헛맞아 개는 피투성이가 된채 도망쳐 버렸어. 보는 사람들이 외면할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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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김씨로서는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돈을 주고 산 누렁이를 포기해 버릴 수는 없지 않겠어.
누렁이를 판 조씨의 집으로 찾아가 보았지.
과연 누렁이는 마당 한 귀퉁이에서 발발 떨고 있고 그 옆에는 조씨의 부인(31)이 쪼그려 앉아 누렁이의 피투성이 머리를 닦아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아마 이 누렁이가 도망치자 곧장 옛 주인집으로 쫓아갔던 모양이야.
조씨의 부인은 누렁이의 이 꼴을 보자 그만 방에서 달려나와 누렁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더라는 거야.
C=보신탕 맛이 한결 없어지게 됐군.
A=그러고는 김씨가 찾아오자 돈을 집어 던지며 팔지 않겠다고 악을 쓰더군.
B=개라는 놈, 귀찮게 굴기도 하지만 얼마나 정이 들게 싹싹하게 하냐 말야. 인간생활이란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에 지배되면서도 그 부인과 같은 불합리한 정같은 게 섞여드는데 살만한 묘미가 있는게 아닐까.
<서울신문 사회부>
[선데이서울 73년 2월 18일호 제6권 7호 통권 제 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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