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퇴직자 줄줄이 거래 기업行… 부실채권 늘어 건전성 노란불
수출입은행의 퇴직자들이 줄줄이 수은과 거래했던 기업으로 옮겨가 ‘은피아’(은행+마피아) 비판을 사고 있다. 부실 채권도 급격히 늘어 건전성 지표에 노란불이 켜졌다.수출입은행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은 퇴직자 8명이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의 등기이사 및 감사로 선임됐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은 모두 수은의 주 거래 기업이다. 성동조선에는 수은뿐 아니라 또 다른 채권기관인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출신도 1명씩 근무하고 있다.
최 의원은 “채권은행들이 ‘갑’의 위치를 이용해 거래기업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빈번해 은피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책은행 채권이 퇴직자들의 재취업 통로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은 측은 “채권단 주도의 기업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해 관련 직원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은의 건전성 지표도 크게 나빠졌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이 석 달 이상 연체된 수은의 부실 채권(고정이하여신)은 올 9월 말 현재 1조 7476억원이다. 2012년 말(5550억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돈을 떼여도 얼마만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실 채권 커버리지 비율(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은 올 9월 말 기준 117.7%로, 2012년 말(489.4%)보다 371.7% 포인트나 급락했다. 수은 측은 “수출입금융을 취급하는 특성상 선박, 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채권이 많은데 최근 경기 침체로 이들 기업의 업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민간 금융사와 달리 수은은 국책은행이어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어떻게든 이를 보전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도 (건전성 악화의) 한 요인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수은의 유망 기업 육성 프로그램 ‘히든 챔피언’도 난타당했다. 오제세 새정치연합 의원은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된 267개 기업 가운데 93개(34.8%)가 선정 1년 전보다 매출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실적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모뉴엘도 2012년 수은의 히든 챔피언이었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모뉴엘이 히든 챔피언 기업으로 선정된 뒤 2472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다”면서 “히든 챔피언 인증으로 모뉴엘을 ‘히든 폭탄’으로 만든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10-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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